뉴질랜드 여행작가의 '16시간 서울 여행 즐기기'

편집자 0 3,889 2012.09.06 22:49
수년 전 나는 한 친구와 맥주잔을 사이에 두고 각자가 가본 나라들에 대해 자랑스럽게 떠들며 누가 더 많은 나라를 갔었는지 비교해 본 적이 있다. 우리는 그 때 그 나라의 출입국 심사를 필하고 실재로 공항을 떠난 것이 아니라면 가 본 나라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규칙을 세우며 대화를 나누었다.

다른 나라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잠시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16시간을 머물게 되었을 때 여권에 스탬프를 받고 공항청사를 떠나 한국을 내 리스트에 추가해보기로 결심했다. 

새벽 3시 인천 국제공항은 매우 고요했다. 비록 아시아에서 가장 숨가쁘게 돌아가는 도시이자 진정한 ‘24시간’ 도시 가운데 하나지만 새벽 3시라는 시간은 너무 이른 듯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입국심사를 받으면서 난 내가 그곳에 갔었다는 증거로 가장 중요한 여권 스탬프를 받고 3개월짜리 비자를 발급 받았다. 시간으로 계산하자면 2192시간으로 내가 필요로 했던 16시간 경유에 비해 너무 많은 시간이었다. 

대한항공의 경유 노선은 그날 밤 숙박을 포함하고 있었다. 내게는 운 좋은 일이었다. 그들은 나를 하이얏트 리젠시호텔에 내려 놓았는데, 마치 거대하며 고요한 대리석 무덤 같아 보인 로비에는 소수의 필요한 인원을 빼고는 아무도 깨어 있지 않았다. 저 멀리 동굴 같은 곳에서 누군가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포크 등을 덜그럭거리고 있었다. 

예의 ‘새벽 무덤’ 근무를 할당 받고 리셉션에서 일하고 있는 2명의 여성은 깨끗한 차림과 예의 바른 태도의 표본이었다. 내 방에는 이제껏 내가 한 번도 누워보지 못한 거대한 침대가 놓여 있었고, 욕실은 내 고향집 거실보다도 컸으며 포근하고 가벼운 옷가지와 슬리퍼가 있었다. 

이 모든 시설들은 물론 자주 여행을 다니는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었을 테지만, 단지 비행편이 연결되지 않아 쉬어가야 했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특히 그렇다. 그동안의 여행 중 침대가 너무 더러워서 차라리 마루에서 자는 편이 더 편할 것 같은 별 마크 하나 없는 호텔 또는 지불에 뚫린 구멍으로 보이는 하늘의 별이 전부인 중앙 아시아의 벼룩 투성이 숙소에 더 익숙한 나에게는 특히 너무나 황송한 대접이었다.

하루 정도는 그처럼 편안한 침대에 누워 잠을 즐기거나 호텔 바에 내려가고 싶은 유혹이 들었지만, 공항에서 집어 온 브로셔가 낮 시간에 짧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 상품들로 가득차 있어 나의 시선을 끌었다. “쇼핑 관광” 혹은 “드라마 관광”을 고려해 보았다. “DMZ(비무장지대)”은 불행히도 너무 멀었다. 결국 나는 5시간짜리 “서울 시내관광 1”을 선택했다.

한국의 회색 빛 비가 내리는 날, 나는 다른 7명의 승객과 함께 미니버스에 올랐다. 시차로 인한 피로가 역력한 얼굴들로 보아 그들도 모두 어디론가 가다가 경유지인 한국에서 이 버스에 올랐을 것이라고 나는 짐작했다. 

시내로 가는 길에 우리의 젊은 가이드 신디가 높은 음색의 모노톤으로 안내를 시작했다. 먼저 반도 국가의 기후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이 얼마나 많은 산으로 덮여 있는 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는 우리가 탄 버스가 한 기념비를 지날 때 정확히 때를 맞춰 그 기념비를 가리켰다. 분명히 많은 경험이 있는 듯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상당히 즐기며 해내고 있었다. 

버스는 공장, 농장 그리고 군용 송신탑이 있는 산 아래 언덕과 야채밭을 스치듯 지나쳐 달렸다.

버스가 달리는 도중 우리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차 안에서는 이름 모를 한국의 전통 현악기로 연주한 비틀즈의 ‘Hey Jude’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한국어로 부른 Abba 앨범을 받을 터였다. 온통 붉은 빛 해조류에 덮여 수 마일에 걸쳐 펼쳐져 있는 갯벌과 함께 온통 노란색으로 보이는 황해로 나가는 강 하구를 건널 즈음, 신디는 우리가 그녀의 모국 문화를 짧게나마 경험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한국말 몇 마디를 가르쳐 주었다.


"Annyeong haseyo." Hello. 

“안녕하세요.” 헬로우.



"Gamsa hamnida." Thank you. 

“감사합니다.” 땡 큐.


“사랑해요.” 난 “I love you”를 말하는 법을 배우기에는 나의 16시간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디는 버스 앞쪽에 서서 그녀가 우리 발음에 만족할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말하도록 만들었다.

  우리 관광의 첫 장소는 흙으로 된 마당들과 거대한 목제 문들 그리고 하늘로 치켜 올라간 웅장한 처마들이 겹쳐 있는 경복궁이었다. 경복궁의 정문 앞에는 근위병들이 창검을 손에 들고 과거의 모습을 재현한 전통의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이 궁은 1395년에 건립되었으며, 서울로 옮기기 전 조선 왕조의 수도는 개경이었다. 이는 입장권 뒷면에 나와 있는 정보에 따른 것이다. 당연히 신디는 모두가 사실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점점 거세지는 빗방울을 피해 서둘러 이동하는 동안 주위에 늘어선 건물들이 사실은 재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일본의 침략에 의해 무너지고 불타 사라졌었습니다.” 신디는 우리가 경복궁을 떠나기 전까지 일본의 침략에 대해 네 차례나 상기시켜 주었다. 빗물이 떨어지는 처마 밑에 어린 학생들이 비에 젖은 선생님 뒤에서 마치 비 맞은 오리들처럼 늘어서 있었다. “왕들이 이곳에서 잠을 잤습니다.” 신디가 넓은 빈 방을 가리켰다. “왕비는 따로 잤는데, 이는 왕에게 10명의 후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차장에서 버스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다음 예정지는 국립 민속 박물관이었지만 날씨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예정된 스케줄을 채우기 힘든 모양이었다. 

“원하시면 짧게나마 박물관을 둘러 본 뒤 인사동 상가도 짧게 들를 수 있습니다.” 신디는 각 장소에서 우리가 가질 시간이 짧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두 번째 선택 사항이 좀더 낫다는 듯한 투로 우리에게 선택할 것을 요청했다. “아니면 민속 박물관을 건너뛰고 바로 인사동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할까요?”

만장일치로 “쇼핑”이었다. 난 모두가 나와 마찬가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크게 흥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고향에 있는 사람들에게 경유하는 동안 무엇인가 했다는 것을 말할 수 있기 위해 빈 시간을 이용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이 여행에 나섰다는 느낌 말이다. 

인사동의 그 조그만 거리들은 내게 하루 종일이라도 탐미할 시간을 내줄 것을 ‘간청’하고 있었다. 골동품들, 수공예품들, 칠기, 향, 동으로 만든 부처상, 그림이 그려진 부채, 전통그림들, 도자기, 한지, 수를 놓은 가운, 다기와 찻집 등 볼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이 인사동 거리 끝에 있는 ‘세븐 일레븐’에서 30분 후에 만납시다.”라는 신디의 명령이 나의 이런 탐미의 희망을 산산이 조각나게 만들었다.

다음은 점심 시간이었다. 우리는 음식들이 이미 먹을 준비가 다 되어있는 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탁 위에는 얇게 저민 소고기 요리인 불고기가 올려져 있었고, 쌀밥, 콩나물, 미역 그리고 ‘전설적인’, 고춧가루로 담근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있었다. “좀 매울 거예요.” 라며 신디가 경고했다.

입에 불이 불었다. 난 연신 물을 들이키며 생각했다. 배추가 혹시 활화산 분화구에서 자란 것은 아닐까?

급히 점심식사를 마치고 출발! 우리는 체크인 하기에 완벽한 시간에 맞춰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로써 난 “한국? 그럼 가봤지!.”라고 말할 수 있는 여행 국가 목록에 또 한 나라를 추가했다.

<출처: 뉴질랜드 헤럴드 = 타우랑가신문 >
<편집자 주> 위 기사는 '뉴질랜드 헤럴드'에 실린 뉴질랜드 어드벤처 여행작가 이안 로빈슨(Ian D Robinson)씨가 서울에서 16시간 경유하면서 짧게 맛본 한국의 서울 여행에 관한 기사 내용 전문 (2011년 1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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