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화이트칼라 복싱' 인기

편집자 0 2,685 2012.09.07 09:41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뉴질랜드에서는 요즘 직장에 다니는 보통 남자들이 권투장갑을 끼고 링 위에 올라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벌이는 화이트칼라 복싱이 크게 성행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한 신문은 이 같은 열기에 대해 화이트칼라 복싱이 뉴질랜드에서 새로운 '골프'로 부상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골프는 영어로 'Gentlemen only, ladies forbidden'이라는 말의 앞글자를 따온 것으로 골프라는 운동이 처음 만들어질 때는 남성들만을 위한 경기라는 뜻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문은 이날 오클랜드에 있는 '사치 앤 사치' 빌딩 홀에서 화이트칼라 복싱경기가 열린다면서 이날 경기에는 IT 컨설팅, 보험 판매직, 금융 전문직 등에 종사하는 '복싱 선수'들이 출전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신문은 이들이 평소 건강유지를 위해 꾸준히 체육관 등에 나가 다진 기량을 3분 8회전 경기를 통해 유감없이 발휘하게 될 것이라며 링 주변에는 이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 동료 등 560여명이 모두 나비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으로 앉아 음식과 와인 등을 즐기며 열전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서는 테이블 당 1천500달러(한화 약 93만원)씩 내야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직장인들의 복싱 경기는 여러 헬스클럽에서 건강유지를 위한 운동으로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한 것으로 최근 들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따라서 일부 헬스클럽은 링에 올라 경기를 하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12주 집중훈련 프로그램도 운용하고 있다. 

비용은 복싱 장비와 개인 훈련 프로그램 제공, 영양사와 스포츠 과학 전문가와의 상담 등을 포함하긴 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3천 달러 선이다. 

전문적인 복싱 선수들은 물론 이런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없다. 

직장인 복싱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 마크 마이클스는 자신들의 복싱 기량을 한 단계 높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우선 몸을 다듬고, 훈련을 시킨 다음, 실제로 링에 올려 보내 실전을 경험하게 하는 게 우리들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밤 처음으로 링에 오르는 보다폰 통신회사 직원인 아론 카빌(33)은 경기를 위해 영연방 경기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대니 코들링과도 스파링을 가졌다면서 "권투 장갑을 끼고 링에 오르는 것은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다"고 감회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카빌은 "어릴 때 아빠와 함께 앉아 무하마드 알리의 경기를 텔레비전에서 본 후 링에 한 번 오르고 싶다는 꿈을 늘 간직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그 꿈이 이루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럭비를 했던 그는 한 때 몸무게가 115kg까지 나갔으나 이날 경기를 위해 95kg으로 감량했다면서 경기를 앞두고 약간 떨린다고 말했다. 

또 네 아이의 아빠로 IBM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마이크 로이드(38)는 몸무게를 34kg이나 줄이고 자신도 프로 선수의 지도를 받았다면서 "숨을 곳이 없는 링 위에서 1대 1대결을 펼친다는 건 커다란 도전임에 틀림없다"고 결의를 보였다. 

아마추어들이 펼치는 이날 경기에서 승패는 선언되지 않지만 절대 장난 같은 것이라고 보면 안 된다. 

지금까지 뉴질랜드에서 벌어졌던 일반인들의 복싱 경기가 어떤 세계 선수권 대회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던 것처럼 이날 경기도 불꽃 튀기는 싸움이 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선수들이 링 위에 오르기 직전 의사들이 면밀히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번 대회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오클랜드에서 문맹퇴치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 자선단체에 기부될 것으로 알려졌다. 

koh@yna.co.kr 

(끝)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