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 여유 -김기오 목사

편집자 0 2,914 2012.09.07 22:01
한국이 낳은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에게는 ‘명 지휘자(Maestro)’ 라는 호칭이 따른다. 그는 일본 음악인의 우상이다. 일본에서 그가 지휘하는 음악회에는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들이 몰린다. 어찌 보면 그는 욘사마(배용준)나 상사마(권상우)에 앞서 '한류의 진짜 원조'인 셈이다. 

정명훈은 프랑스 최고의 관현악단인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와 이탈리아 산타 세실리아 오케스트라, 그리고 동경 심포니의 상임 지휘자다.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3개국을 다니면서 지휘하는 그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그가 최근 이라는 요리 책자를 발간했다. 바쁜 와중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이탈리아 최고의 요리사인 풀비오 피에르 안젤리니에게 요리를 배웠다. 그의 소박한 꿈은 '장차 아들 셋(진,선,민)과 며느리들이 모이면 아내를 포함한 8명을 위한 진짜 솜씨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요리를 통해 삶의 여유를 찾고 최고의 연주에 대한 압박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말한다. '일이라고 생각하는 연주'는 자신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온 연주를 하려면 여유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 삶의 여유를 위해 요리를 배웠고, 요리는 최소한 자신을 위해서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자신이 아닌 상대를 환대하는 삶을 즐기는 사람은 피해의식이 없는 사람이다. 건강한 자아상을 가진 사람은 환대의 삶, 나누는 삶, 섬기는 삶에 대해 열려 있다. 반면에 상처가 많고 열등감이 많은 사람은 자신에게 집착한다. 모든 정서적, 현실적인 에너지가 자신만을 향한다. 그러나 삶의 여유를 가진 대가(大家)는 자신만을 위해 살지 않는다.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민자들의 깊은 고뇌를 다 모른다. 하지만 삶의 현실이 쉽지 않다는 것과 마음 한 구석에 한기(寒氣)처럼 밀려오는 외로움이 있다는 것은 알 것 같다. 

조국 대한민국의 반대편 뉴질랜드에서 삶의 날개를 퍼덕거리며 보다 나은 내일의 삶을 위해 오늘도 발걸음을 내딛는 타우랑가의 모든 대한민국인들에게 박수와 파이팅을 보낸다. 

한국인들의 세계 이민 역사를 볼 때 뉴질랜드로의 이민 역사는 짧다. 그러나 뉴질랜드 이민자들의 특징은 다른 나라의 이민자에 비해서 비교적 고학력, 고소득자라는 특징이 있다.  특히 타우랑가는 뉴질랜드의 한국 이민자들 가운데서도 또 다른 차별화 된 삶을 살기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어쩌면 괜찮은(?) 사람들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이민자들은 어느 나라에서든지 항상 열심, 최선, 앞만 보고 달리는 성실함이 있다. 그런데 풍요로워지고, 사회적 생활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되었을 때 삶의 정점에서 한 순간에 허물어지는 모습들이 반복되고 있다. 왜 그럴까? 일의 노예, 환경의 사슬에 스스로를 묶다 보니 여유를 모르고 살았기 때문은 아닐까?
오늘만 생각하지 말자.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역설적인 말처럼 돌아가는 여유를 가져보자.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

삶의 여유는 사치가 아니다. 보다 더 풍요롭고 나은 삶을 위한 휴식이다. 
삶의 여유는 단순히 골프, 레저, 단순한 휴가를 즐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삶의 여유는 자신의 영혼과 내면세계를 돌아보는 여유,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 사람들을 돌아보는 것이다. 
삶의 여유는 단순히 돈의 넉넉함에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음의 여유에서 나온다. 그런데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것도 훈련이다. 한번 생각해 보라. 세상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삶의 여유를 잃으면 삶이 무미건조해지고 숨이 헐떡이는 상태와 긴장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고 결국 스스로의 마음과 육신, 그리고 삶에 탈진이 오게 된다.

그 공허함은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오직 하나님만이 내 마음의 공백을 채울 수 있다. 하나님을 인하여 삶의 여유와 안식을 누릴 수 있다면 좋겠다.

어디를 가나 사람은 항상 있다. 다만 사람(?)이 없을 뿐이다. 
이민사회 속에서도 사람을 그리워서 함께 하다가 사람 때문에 마음이 상한다. 
  어떤 광고처럼 방금 산 새 옷인데도 1년 된 듯하고, 10년 되었어도 1년 된 옷처럼 그런 사람이 그립다. 환경에 어떤 변수가 와도 진심이 변하지 않고 인향(人香)이 풍겨 나오는 사람, 그런 사람이 그립다.  삶의 여유가 있어야 땀 냄새 사이로 향기로운 사람냄새도 난다.
오늘 현실 가운데 나를 고통스럽고 힘들게 하는 문제, 현실, 그리고 사람까지라도 조금 띄어 놓고 보자. 그러면 내 눈을 가린 이런 문제가 정말 작아져  보일 것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지성(知性)과 지혜(智慧)를 사용하면 현실에도, 사람에도 나름의 길이 보인다. 현실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나 아닌 남을 돌아볼 수 있다면 이미 삶의 대가(大家)이다.

돈이 생기지 않아도 나설 수 있는 사람, 내게 유익이 없어도 나설 수 있는 사람, 
남을 세워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삶의 여유를 아는 사람이 우리 곁에 있을 때 타우랑가 이민사회는 더 풍성해지고 훈훈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마음의 여유,  삶의 여유를 갖자.
그리고 이민사회의 공익(公益), 그리고 이타주의(利他主義)의 삶을 사는 사람이 되자.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