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 Cause and Effect - 이정선 목사

편집자 1 2,698 2012.09.09 23:30

우주를 지탱하는 법칙은 cause and effect이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굴뚝에서 연기가 나고, 허벅지를 꼬집으면 아프다. 북경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짓한 것이 증폭되어 태평양 건너에서 거대한 허리케인이 발생하기도 하고, 연인을 떠나보낸 소녀의 가슴은 송곳으로 찌르는 것보다 더 아프다.

cause and effect 법칙의 특징은 정확하다는 것이다. 슬라이스가 나는 것은 임팩트 순간 클럽페이스가 열렸기 때문이고, 평소보다 비거리가 많이 난 것은 뒷바람을 탔기 때문이다. 그린 위에서 볼이 홀컵을 지나쳤다면 너무 세게 쳤기 때문이고, 한참 못미쳐 멈췄다면 너무 조심하다가 힘을 덜 줘서 쳤기 때문이다. 세게 치면 멀리 가고 약하게 치면 조금 가다 멈춘다. cause and effect 법칙에 의해서.

만약에 이 cause and effect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싸우다가 얻어맞아도 아프지 않아서 좋을지 모르겠다. 아니, 맞지도 않았는데 코피가 터질지도 모를 일이다. 비싼 휘발유를 넣어도 자동차는 움직이기를 거부할 것이며, 사람들 역시 밥을 아무리 먹어도 여전히 배가 고플 것이다. 이 법칙이 없다면 박! 찬호도 없고 박지성도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cause and effect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 우주는 지탱하지 못하고 붕괴될 것이다.

그런데... 이 위대한 cause and effect 법칙이 제멋대로인 곳이 딱 한 군데 있다. 바로 우리가 사는 인간세상이다. cause and effect 법칙이 물리적 세계의 법칙이라면, 인간이 구성하고 있는 사회에서 cause and effect 법칙에 해당하는 것은 인과응보의 법칙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인과응보의 법칙은 정확하지 않다.

인과응보 법칙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도덕과 가치이다.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도덕을 형성하고, 인간의 욕구에 부합하는 것을 추구하는 활동으로부터 가치의 개념이 창출된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키면 보상이 주어지고, 그렇지 못하면 제재가 가해진다. 인류는 권선징악이나 신상필벌이라는 도구로 이 법칙이 작동되도록 애를 써 왔다.

어떤 가치있는 것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댓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면 잘 살게 되고, 일하기 싫어하면 굶어죽어야 한다. 인과응보의 법칙에는 도덕과 가치가 결합되어 나타나?! 쨉?, 착한 사람은 복을 받아 잘 살아야 하고, 나쁜 놈은 벌을 받아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인과응보 법칙의 주장이다. 그래서 마음씨 착한 효녀 심청은 결국 왕비가 되고 아버지 눈도 뜨게 하지만, 못된 놀부는 뜨거운 맛을 보게 된다.

그런데 심청이 왕비가 되는 것을 보고 우리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놀부가 된통 곤궁에 빠지는 것을 보며 통쾌하게 웃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이 늘 복을 받고 나쁜 놈이 언제나 벌을 받는다면, 심청의 이야기나 놀부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아무런 감동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욥은 인과응보의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긴 최대의 피해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의인이라고 인정받았던 사람이었지만, 온갖 고난과 불행을 한몸에 다 뒤집어쓰게 되었다. 재산과 자녀들을 하룻만에 모두 잃어버리고, 몸에는 구더기가 슬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그 고통 중에서 부르짖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느냐고.

재산과 자녀를 잃은 슬픔도 크고, 육신이 썩어가는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욥에게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 왜 정직한 사람에게 그런 고난이! 닥쳐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욥을 위로하러 왔던 친구들은 기가 막힌 욥의 꼴을 보고 그가 범죄했기 때문에 벌을 받는 것이라면서 회개하라고 촉구한다. 원인에서 결과가 도출된 것이 아니라, 결과에서 원인이 추론되었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정도면 가히 cause and effect 법칙의 실종이라 할 만하다.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정확하지 못한 인과응보의 법칙 때문에 우리는 눈물을 흘리거나 고통을 견뎌야 하는 수가 많다. 사회라는 거대한 유기체 속의 한 개체로서 우리는 제대로 작동하든 멋대로 작동하든 그 인과응보의 법칙을 콘트롤할 수 없다. 제대로 작동했을 때 환호하고, 멋대로 작동했을 때 슬퍼하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슴 속에 한을 품고 살게 된다. 멋대로 작동해버린 인과응보의 법칙 때문에.

그러나 우리는 인과응보의 법칙이 우주의 cause and effect 법칙처럼 정확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믿는다. 비록 우리 인간세상에서는 그렇지 않을지라도 우주의 지배자이신 하나님의 세계에서는 그렇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인간세상에 하나님이 개입하시는 때와 장! 소에서는 뒤틀려진 인과응보의 법칙이 올바로 작동되고, 우리의 한숨과 눈? 걋? 멈추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소망이요, 믿음이다. 이 믿음을 가진 사람은 인과응보의 법칙이 멋대로 작동하는 세상에서도 우아하게 살 수 있지 않겠는가?

Comments

xiaoou 2018.10.0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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