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운동신경 질환(MND) 주간을 맞아

편집자 0 4,382 2012.09.10 03:08
뉴질랜드의 이번 주는 운동신경질환(Motor Neuron Disease, MND) 홍보 주간이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게이 테리씨는 로또에 당첨될 경우 무엇을 할 지 즐거운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러나 그녀가 하는 상상은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로또에 당첨된다면 전 운동신경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을 짓고 싶어요. 전 아직 노인이 아니니까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게이씨는 근육을 관장하는 신경세포들이 파괴되는 희귀질환인 MND를 앓고 있다. 자극제가 없어지면 그녀의 근육은 점차 약해지고 결국 사라지게 된다. 아직 치료법도 없다.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지럽게 해도 게이 씨는 자신의 머리를 쓸어 넘길 수 없고, 귀가 가려워도 긁지 못한다. 책의 페이지도 넘길 수 없고 밥도 자신의 손으로 먹을 수 없다. 육체적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들의 도움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그녀는 현재 ‘Bethlehem Views’에서 훌륭한 보살핌을 받고 있지만 운동신경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최상의 장소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족의 보살핌을 받는 편이 더 좋은 방법이에요. 지금 제가 있는 곳은 옳은 장소가 아니에요.”

그녀는 지금 현재 자신이 거주하는 장소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운동신경질환에 대한 지식과 그 영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데 대해 ‘고발’하는 것이다.

남편을 운동신경질환으로 잃고 현재는 운동신경질환협회 타우랑가 지회(the Tauranga branch of the Motor Neuron Disease Association)의 회장을 맡고 있는 잰 프레이저 맥켄지(Jan Fraser McKenzie) 씨 역시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합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장소가 전무한 상황이라고 한다.

MND에 관한 지식과 인지도의 부족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문제이며 그 결과로 게이 씨는 운동신경질환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는 데만 무려 18개월이 소요되는 등 매우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전 다른 사람들은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원해요. 사람들이 이 병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2008년 9월 Spring St에서 차에 오르던 중 게이 씨는 자신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증세를 처음 겪게 되었다. 잠시 후 다리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녀는 마운트 망가누이까지 차를 몰고 가서 산책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앞으로 닥쳐 올 일들에 대해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약 두 달 후 같은 일이 반복되었고 그녀는 그제서야 병원을 찾게 되었다. 그녀가 의사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거나 수은중독증세로 보인다거나 혹은 약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정신 신체 장애(psychosomatic[1])로 판단된다는 말 등이 고작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존엄성이 존중 받는 방식으로 치료를 해주었으면 한다고 간청했지만 비교적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인 게이 씨의 말을 심각하게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09년 3월에는 MRI 촬영도 했지만 그로부터 11개월이 더 지나서야 운동신경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2009년 5월이 되면서 게이 씨는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되었고 닉 한나(Nick Hanna) 박사의 진찰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 즈음에 난 지팡이를 짚어야 했는데, 닉 박사님의 진찰실로 들어가던 중 거의 넘어질 뻔 했어요. 난 거짓말쟁이가 아니고 부정직하지도 않으며 정말로 넘어질 뻔 한 것이라고 박사에게 말했고 박사는 ‘그렇게 보이는군요.’라고 대답했어요.”

최종적으로 운동신경질환이라는 판정을 받은 것은, 그녀의 표현에 따르자면 ‘끔찍한 검사’들을 여러 번 받은 후 작년 2월이 되어서였다.

게이 씨는 운동신경질환 환자들이 보다 적절한 치료와 간호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뇌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사람들은 이 점을 오해하고 있죠.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간호보다 훨씬 더 많은 간호가 필요해요.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환자들은 하루 24시간 동안 기초적 간병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의 간병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와 같은 기초적 간병이 아무런 전문적 지식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너무 빈번합니다.”

“가정의들이 평생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을 질환으로 간주하여 너무나 쉽게 운동신경질환에 대한 연구를 무시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의대에서 MND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에요.”

뉴질랜드에서는 한해 약 80여 명이 MND 판정을 받고 있고 평균 250여 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Rilutek’이라는 약이 병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되었고 호주에서는 정부의 보조로 이 약을 무상 지급하고 있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아직 그런 보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호주에서 투병하고 있는 던컨(Duncan) 씨는 이 문제에 대해 토니 라이올(Tony Ryall) 건강부 장관에게 탄원서를 보냈다. 

이 약이 투병환자들에게 생명을 연장해 줄 가능성이 있고 그 만큼 장차 치료법이 개발되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늘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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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sychosomatic : 정신 생리적 장애라고도 함. 

정신적 스트레스가 생리적·신체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상태.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가 부적절하게 자극되어 신체기관의 기능부전과 구조적 파괴를 유발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신신체장애 증상들은 감정상태로 인해 부가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격분해 있는 동안은 혈압이 올라가며 심장박동과 호흡률이 빨라진다. 화가 가라앉으면 흥분되었던 신체기관의 생리적 과정도 진정된다. 그러나 만약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욕구의 억압이 지속되면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은 감정이 그대로 남아 있다가 결국은 생리적 증상들로 나타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환자는 신체적 이상 증상들에는 관심을 많이 쏟으나, 이 증상들을 유발시킨 감정적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하거나 깨닫지 못한다.

정신신체장애 증상은 대부분이 의지에 의해 조절되지 않는 신체 부위(不隨意器官)에 나타나지만, 신체의 거의 모든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정신의학자 F. 알렉산더와 그의 동료들이 1950, 1960년대에 걸쳐 시카고 정신분석연구소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정신신체장애는 특정한 인격적 성향과 특정한 내면적 욕구충돌에 의해 나타나지만, 그것이 어떤 형태로 돌출되는가는 개인적인 특징에 의해 결정된다. 감정적 스트레스는 기존에 앓고 있던 질병을 악화시키므로 보통 정신신체장애로 생각되지 않는 질병(예를 들면 암·당뇨병 등)에 걸릴 가능성이 많은 사람에게서 그러한 질병의 발병을 촉진시킨다고 한다. 스트레스에 의해 생겨나는 정신신체장애에는 고혈압·호흡기질환·위장질환·편두통·긴장성두통·발기부전·불감증·피부병·위궤양 등이 있다. 대부분의 정신신체장애는 약물요법·정신분석·행동요법 등을 병행하는 치료가 효과적이다. 증세가 그리 심하지 않은 환자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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