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이런 사고를 당했을 때

편집자 0 3,682 2012.09.10 02:39
푸르게 밝아오는 새벽 여명은 눈부시고,  아침 이슬 머금은 초원과 시냇가에서는 비스듬하게 아침 햇살 받아 
하얀 안개가 피어 오르고, 양떼와 소떼들이 잠에서 깨어나 짙푸른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기 시작하는 ... 
그야말로 뉴질랜드의 목가적이며 평화로운 풍경들이 차창 밖을 지나갑니다.  

오클랜드 병원에서 퇴원하는 환자 학생과 부모님을 모시러 올라 가는 길입니다. 정말 안전하고 평화롭기만 한 여기 뉴질랜드, 그리고 여기 타우랑가에서 살면서 우리 모두 예기치 않은 불행한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사고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 한 주는 정말 마음이 무거웠는데 다행스럽게도 조금은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새벽길을 달려 올라갑니다.


아래 사례는 부모님의 양해를 얻어 여기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지내시는 동안 갑작스런 사고를 당했을 때 긴급 대처 요령과 현지 문화, 뉴질랜드 의료 보건 제도 등에 대해 회원님들과 공유하고자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지난 사고 경위도  벌써 몇년은 지난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타우랑가에서 유학중인 한 한국 여학생이 키위 친구 집으로 Sleepover 가서  토요일 밤을 지낸 뒤 일요일 아침에 그 집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다가 큰 사고로 당해 다쳤습니다. 뉴질랜드 학교 입학한지 겨우 4주째. 

사고 당시였던 일요일 아침, 그 친구네 아버지는 아이들이 집 앞 언덕 비탈진 도로에서 자전거 타고 놀 때 헬멧을 쓰라는 등 안전조치에도 소홀했고, 아이가 다친 뒤 앰뷸런스를 부르지 않고 자가용으로 타우랑가 병원에 환자를 수송했습니다. 

배사장님이 급하게 전화를 받고 달려간 타우랑가 병원 응급실. 긴급처치가 되긴 했지만 이빨은 빠졌고, 턱뼈는 금이 가고, 가장 심했던 것은 도로 위에 넘어지면서 생긴 뇌출혈. 사태는 긴박하게 흘러 결국 구조 헬리콥터로 오클랜드병원 내 어린이 전문병원(Starship)으로 후송해 긴급 뇌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이었습니다.

학생은 헬리콥터로 오클랜드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고, 어머님과 동생은 옷가지 등을 챙겨 다른 병원 직원의 도움으로 자동차를 얻어타고 오클랜드로 따로 출발해야 했습니다. 

그 키위 학생 아버님의 어처구니 없는 안전 의식, 또 키위 친구의 적절치 못한 행동 등 원망할 것들이 산처럼 쌓여갑니다. 왜 여기 뉴질랜드까지 와서?... 왜 그 애랑 놀아서?,  그 아버지는? 도대체, 도대체,,, 원망과 비난이 봇물처럼 터집니다. 

또 어떻게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회복될 수 있을까?  치료 비용은 얼마나 될까? 수술이 정말 잘되기는 할까? 등등 
온갖 걱정과 불안이 엄습해오면서 뉴질랜드 현지 사정, 의료제도를 잘 몰랐기 때문에 더욱 떨렸을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주 다행스럽게도 뇌 수술은 성공적으로 되었고, 턱뼈는 수술 없이 곧 굳어진다고 했으며, 치아만 나중에 임플란트, 교정 치료를 하면 된다면서 입원 9일만에 퇴원도 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학생이었던 만큼 회복 속도도 빠르고, 

다시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에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큰 후유증 없이 다시 원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믿게 되었습니다. 

어머님과 동생은 그동안 병원 내 숙소에서 머물렀고, 급하게 챙기지 못한 물품들 챙겨 오클랜드 병원에도 다녀왔으며, 
둘째는 병원내 탁아시설에도 며칠 다니기도 했습니다. 오클랜드 병원 안에 한국인 통역을 담당하는 복지사님도 계셔서 혼자 이 커다란 불행과 고통을 감내하시는 어머님께 큰 위안이 되셨답니다.  

이런 와중에 저희도 뉴질랜드 의료 제도를 상세하게 파악해서 어머님께 다소나마 위안을 드리고자 노력했습니다. 

뉴질랜드 국내에서 벌어진 사고에 관한한 내국인이든, 여행자이든  ACC라는 정부 단체에서 모든 치료비를 지불합니다.
여행중이나, 스포츠 중이든, 직장에서든, 심지어 집 안에서 당하는 사고로 인한 부상 치료비는 전액 뉴질랜드 나라에서 책임집니다. 대신 개인간의 손해 보상 청구 소송 제도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 사로로 인한 환자의 치료비 전액, 헬리콥터 후송비, 심지어 부모님들이 오클랜드병원에서 지내셨던 숙소의 숙박과 식사 비용까지도 뉴질랜드 국가에서 보상하게 됩니다. 만약 심각한 후유증으로 근로를 못하거나, 학업을 계속 할 수 없거나, 장애를 입은 경우 이후 담당 매니저를 배당해서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도 돕게 됩니다.

뉴질랜드 ACC(사고보상공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한글로 된 안내문을 참고하셔도 됩니다.  

http://www.acc.co.nz/other-languages/korean/index.htm?promospotabout  

또 뉴질랜드는 유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유학생 여행 및 의료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고로 인한 치료비는 국가(ACC)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이외 ACC에서 보상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타우랑가에서 주로 가입하시는 Orbit Protect 여행자 보험 (Prime 가족보험)경우  병원에서 입원한 날짜당 $100씩 현금 위로금을 지불하고 있으며, 환자 가족들의 여행 경비도 보험 청구 대상이 된다고 약관에 나와 있습니다. 


이번 사고로 인해 우리가 더욱 조심하고, 또 배워야 할 여러 교훈도 있습니다. 
집 앞에서 자전거를 타든, 도로로 나가서 자전거를 타든 꼭 헬멧과 형광조끼 등 안전 장구 착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뉴질랜드에서 경찰, 앰뷸런스, 또는 화재가 났을 때 비상 전화는  111 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저희에게도 가장 먼저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타우랑가 병원에 먼저 도착하시면 병원 안에 한국인 의사, 간호사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병원 안에서 통역을 원하시는 경우 한국인 의사, 간호사님들이 찾아 도움을 요청하실 수 있으며, 혹 아무도 안계신 경우엔 Language Line을 통해 전화로 한국인 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타우랑가에서 사시는 한국인 간호사님들도 우리 어머님들에게 통역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다.
급하지 않은 경우 병원 약속을 잡기 전에 미리 저희 사무실로 연락주시면 의료 전문 통역인이 함께 동행하실 수 있도록 주선해드리겠습니다.  해밀턴 지역 병원에 가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밀턴에서 활동하시는 한국인 전문 통역사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의료 전문 통역은 매우 힘듭니다. 혹 조금이라도 오역될 경우 환자의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정확한 치료를 위한 판단을 하시기 위해 가능한 의료 전문 통역인을 동행하시는 것도 고려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뉴질랜드 학생들 대부분은 온순하고 착하다는 것은 결코 틀리지 않은 생각입니다. 특히 타우랑가처럼 아시안계 학생이 적고, 인종차별이 거의 없으며,  영악하지 않고 순진한  키위 학생들이 많은 학교도 제가 보기엔 큰 매력입니다.  

다만 여기도 똑 같이 사람사는 세상. 그 중에서 왈가닥도 있고, 못된 문제아도 있고 또한 가정 문제가 있는 학생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유학 초기에 너무 뉴질랜드 친구들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용서하며 자녀들과 함께 놀아만 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학생의 가정이 어떤지, 또 그 학생의 성격이 어떤지 보다 깊이 헤아려보시면서 키위 친구들을 골라 사귈 수 있도록 지도해주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뉴질랜드 친구를 집으로 초대했는데 어떻게든 더 해주고, 더 해 먹이고, 실수나 잘못도 그냥 눈감아주면서 지나가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어린 키위 아이들에게 과도한 선물을 주고, 과도한 대접을 하는 사례는 결코 타우랑가에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뉴질랜드 대도시에서는 이런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 집에 놀러온 키위 친구 -  맛있는 것만, 그것도 뭐가 뭐가 먹고싶다면서 챙겨먹고, 갈 때는 선물이 없냐고 물어본다" 과연 그 학생이 제대로 우리 자녀들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또는 혹시 우리가 뉴질랜드 어린이들을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다시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초대된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우리 부모님들이 예의 주시하시는 것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서로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도 가장 먼저  안전에 관한 책임부터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자녀들이 다치는 것 만큼 부모님들에게 속상한 것은 없을테니까요.   

그 학생이 병원에 있는 동안 한 학교 선생님은 같은 반 친구들, 유학생반 학생들이 소중하게 써준 위로 카드와 간식을 들고 오클랜드병원에 직접 다녀왔으며, 오늘은 담임 선생님이  타우랑가 집에 돌아와 2주간 요양하는 그 학생을 위해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다녀가셨습니다.  지난 2주간 빠진 수업, 또 이번 일주일은 학교에 오지 못하니까 집에서 혼자 공부할 숙제도 갖다 주셨습니다.  지난 학부모 교사 상담 때 못한 학생 진학 상담도 직접 방문하셨을 때 하셨습니다. 

다시 해맑게 웃는 그 여학생의 얼굴을 볼 때마다 - 아직 비어있는 앞 이빨, 머리에 쓴 두건도 그대로지만 - 그래도 타우랑가에서 보낸 지난 5년간 가장 큰 사고를 그나마 무사하게 잘 이겨낸 것이 감사하고 대견스럽기도 해 저도 따라 웃습니다. 물론 가장 놀라셨고, 마음 고생 심하셨을, 이 상처를 어쩌면 평생 가슴속에 담고 사실 부모님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 다시 전해드립니다. 천만다행인 것만으로 마음이 결코 편안해지지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다시 정상 회복이라는 희망이 곧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둘째가 학교를 빠지고 어머님과 오클랜드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주위 이웃 어머님들 중에서는 타우랑가에서 둘째를 데리고 있으면서 학교에 등하교 시켜주시겠다는 따뜻한 제안도 있었습니다. 어떠한 불행과 불운이 있더라도 뉴질랜드 타우랑가에 계시는 동안은 - 결코 혼자서 외롭게 감내하는 것이 아닌 - 이웃들이 서로 돕고, 서로 격려하면서 함께 헤쳐나가는 기간이 될 것입니다.  

이 가족들 아시는 분들은 많은 격려와 위로를 전해주시기 바라며,
우리 타우랑가 모든 가족들, 자녀들의 안녕과 평온을 다시 한번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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