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랑가에서 어학연수중인 초등학생들, '학원 가기 싫어서요"

편집자 0 4,960 2012.09.10 01:44
한국 가고 싶니?  아니요, 학원 가기 싫어요”  

타우랑가에서 영어 어학연수중인 17명의 한국 초등학생들에겐 편안하고 느긋한 다이어트된 수업 일정이 어쩌면 이들이 뉴질랜드에 와서 경험하는 첫 문화적 충격이었는지도 모른다.   

주로 10살, 11살짜리들인 이 학생들은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신 초등학교 학생들로 4주 일정으로 그리어톤(Greerton)의 그린파크(Greenpark Primary School) 에서 오전 영어 수업과 오후와 주말 야외 체험, 그리고 학교 친구들의 집에서 홈스테이 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다. 이 2개 학교는 2년째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1년에 2개 그룹이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뉴질랜드 학생들은 1년에 1회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인솔 교사인 최수임씨는 이번 어학연수로 학생들은 영어로 말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외국 문화도 직접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교육에 대해 그녀는 “개인 시간이 참 많다. 개방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다양한 놀이와 야외 활동을 통해 자기 계발하는 것 같다. 가족간 생활도 여유 있고 느긋한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그녀는 타우랑가 학교에서의 영어 수업과 방과후 키위 홈스테이 생활을 경험했던 것이 학생들의 미래 영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 많은 학생들이 부모들과 이미 해외 여행을 해봤지만 뉴질랜드는 모두 처음이라고 말했다. “첫 주에 1-2명 고생하는 것 같았다. 한국 여름 방학 때 떠나 이곳 뉴질랜드의 차가운 날씨에 힘들기도 했다. 빠른 적응을 위해 한국 부모님들에게 어학연수 초기엔 전화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뉴질랜드 음식으로 몇몇 학생들이 힘들어하긴 했지만 대체로 잘 적응했다. 홈스테이 어머니들은 한국식품점에서 재료를 사다 입에 맞는 음식도 해주곤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홈스테이 어머니들의 친절과 세심한 배려에 감사드리고 싶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금은 모든 학생들이 새로운 경험에 아주 행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오전 학교 정규 수업을 마친 뒤 오후엔 타우랑가 지역에 대해 배우며 다양한 야외 체험도 했고, 뉴질랜드 문화에 대한 폭 넓은 경험도 쌓고 있다. 

의무적인 마우아오산 등산, 마운트 소금온천, 하버 크루즈, 골프,  팽가로아 콤비타 본사 견학, 뉴질랜드 음식 만들기, 다양한 스포츠 액티비티, 베이웨이브 수영장, 록 클라이밍, 승마, 로토루아 일일 관광, 피시앤 칩스 맛보기 등이 포함돼 있다. 

귀국을 앞두고 있는 이번 주 마지막 토요일엔 로토루아 파라다이스밸리로 가서 새끼 사자도 안아보고, 자연상태의 무지개송어도 구경하고 승마 체험도 하게 될 예정이다.  

그린파크 그래엄 린드(Graeme Rind) 교장은 “학생 상호 교환으로 두 학교 모두 많은 교육적 효과를 보고 있다. 뉴질랜드 사회도 급변하고 있고 다문화(세계화)되는 상황이다. 이제 유럽의 후손들이 마이너리티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다른 문화에 대해 배우고 수용해야 되는 이유며 학교는 이런 기회를 제공해야 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영어를 한국에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어권 나라의 생활속에서 비록 짧은 기간만이라도 지내게 된다면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에 대한 소감을 묻자 “No trouble at all, 공동체 생활도 잘하고 모두가 열심히공부하는 베스트”라고 칭찬했다. 오전 수업과 특별활동, 오후 야외 체험 모습들을 사진 CD에 담아 수료증과 함께 귀국시 모든 학생들에게 선물로 줄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전주승(12)군은 “처음엔 영어를 듣고 말하기 힘들긴 했지만 많이 좋아졌다. 마운트 소금온천이 제일 재미 있었다”며  같은 반 친구이자 자신이 묵고 있는 홈스테이 집 아들인 톰과 함께 어깨 동무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타우랑가 오로피에 위치한 홈스테이 집으로 따라가보니 보트가 2개나 있는 큰 집이 보이고 홈스테이 맘인 린다씨가 반갑게 맞는다. 

린다씨는 “같이 김밥도 만들어 먹고, 부엌일도 자주 돕는 정말 착한 학생”이라며 주승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층침대에 나눠자는 톰은 “체스도 두고, 농구도 하면서 놀 친구가 생겨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그린파크 학생들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가진 않지만 완전히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인구 11만명의 대도시인 서울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것이다. 

오는 9월8일엔 뉴질랜드 학생 8명과 학부모 3명, 교장, 인솔 교사 등 모두 13명이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총 2주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한국 친구들 집에서 홈스테이하면서 정보통신관, 전쟁박물관, 용인 에버랜드, 민속촌, 남대문시장, 서울타워 등을 견학할 계획이다. 

린드 교장선생님은 특히 한국의 교육 열기를 보면 학생들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들도 방과후 저녁 9시-10시까지 과외학습, 학원을 도는 풍경은 분명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문화적 충격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한국에 가지 않는 학생들이라도 한국 학생들과 함께 지내게 함으로써 아시아에 대해 많은 이해와 관심이 생길 것이므로 양 국가 모두에게 큰 교육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지극 열성으로 자기 수입의 절반 이상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한국 학생들이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다른 문화와 사람들에 대해 배우고, 특히 자기 시간에 어떻게 놀 것인가 꼭 배우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며 학교에서 만든 쿠키를 맛보는 학생들에게 “한국 가고 싶니?”라고 묻자 학생들의 한결 같은 대답은 “아니요”다. 
이유를 다시 물으니 모두 “학원가기 싫어서요”라고 대답한다.  

학교를 마치고 친구와 마중 나온 부모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학원이 아닌 홈스테이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을 표정을 보자니 과연 어떤 방식이 진정한 교육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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