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사상 최고, 경제 파급 효과는?

편집자 0 5,515 2012.09.10 01:28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불과 7주만에 다시 인상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7.7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고금리로 인한 뉴질랜드달러 강세로 수출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견디다 못한 대기업들은 속속 해외로 공장 이전을 계획하고 있으나 정작 금리인상의 목적인 집값 상승에 대한 효과는 불투명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중앙은행 기준금리 7.75%로 인상

 이번 중앙은행의 0.25% 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 전문가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전문가들이 우세했다. 그 이유는 고금리로 인한 계속되는 뉴질랜드달러 강세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 수출업체들을 고려할 때 중앙은행이 2개월도 채 안된 시점에서 추가적인 금리인상은 무리라는 예상이 주류를 이루었다. 

 중앙은행 알란 볼라드(Alan Bollard) 총재는 26일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수출업체들을 의식해선지“중앙은행이 환율을 낮추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과 외환 전문가들은 볼라드총재의‘외환시장 개입’발언을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한 하나의‘제스처’이고 실제로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질랜드 달러 22년내 최고

 뉴질랜드달러는 4월 18일 미화 대비 74.93센트로 1985 년 3월 환율자유화 조치 이후 2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자유화 이전인 1973년 10월에는 키위달러가 미국달러보다 가치가 높아 키위달러-미국달러가 1.49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키위 달러화가 최저치를 기록한 때는 불과 6년여 전인 2000년 10월로 당시 키위달러-미국달러는 38.95센트에 불과했다.

  뉴질랜드가 대규모 경상적자에도 불구하고 자국 통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금리에서 비롯되고 있다. 또한 일본과 같은 저금리 국가의 돈을 빌려 뉴질랜드와 같은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키위 달러의 강세가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미국 달러의 약세도 전망되고 있어 단기에 환율이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이치뱅크의 외환 전문가 존 호너(John Horner)는 뉴질랜드 달러가 ▲ 강한 국내경제 ▲ 높은 상품가격 ▲ 미국달러 하락 추세 등 3가지 요인으로 앞으로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너는“뉴질랜드 달러는 이제 아주 양호해 보인다”며“ 그러나 뉴질랜드 달러가 얼마나 오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높이 오른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5월 10일 현재 미화 대비 뉴질랜드 달러 환율은 달러당 73c 수준이며,  원화 대비는 달러당 688원으로 안정되고 있다. 

 대기업 속속 해외 이전 계획 

고환율로 인한 상처는 농업과 수출업 등 이미 여러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화장품에 쓰이는 플라스틱 관과 플라스틱 통을 생산하는 튜브팩(Tubepack) 은 계속되는 고환율로 수익성이 극도로 나빠져 지난 3월 47명의 직원을 감원해야 했다. 생산품의 10% 정도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이 회사는 200만 달러의 수출액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고환율로 60만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회사의 론 케이브(Ron Cave) 경영이사는“월급도 가져가지 못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환율이 우리를 고사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뉴질랜드 굴지의 가전제품 제조회사 피셔 앤 파이클(Fisher & Paykel)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발표가 있던 지난 26일 세탁기 생산 라인을 인건비가 싼 태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종업원 350명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 이 회사의 존 본가드(John Bongard) 대표이사는 고금리와 고환율, 그리고 몇몇 교역 및 관세정책으로 기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공장 이전 배경을 설명했다. 공장 이전으로 인해 피셔앤파이클은 연간 15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봤다. 뉴질랜드에서만 2100 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 이 회사의 본가드 대표이사는 추가적인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추가적인 이전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태국은 첫 8년 동안 법인세가 면제되고 그 다음 5년간 50% 할인되며 수출을 위한 제조활동에 사용되는 기계류 및 원자재 수입에 대해 관세가 면제되는 등 기업 활동에 유리한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 

경제개발장관 트레버 말라드(Trevor Mallard)는 피셔 앤 파이클의 생산라인 태국 이전에 대해“고통스럽지만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다”고 논평했다. 말라드장관은 “실업률이 아직 낮기 때문에 일부 기업의 해외 이전으로 인한 공포를 느낄 단계는 아니다”며“경제의 펀더멘탈은 아주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고무 제조회사인 스켈러업(Skellerup)과 침대 제조회사인 슬리피헤드(Sleepyhead) 등도 해외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뉴질랜드 경제에 파장이 일고 있다.

고환율, 고금리, 고세금 등 三高현상 기업 발목 잡아

 고용주 및 제조업자협회(EMA)는 26만 명의 제조업 종사자중 10%인 약 2만6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EMA는 고환율과 고금리, 고세금 등 삼고(三高) 현상이 특히 목재, 양모와 같은 원료의 많은 부분을 뉴질랜드 자체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3월 한달간 캔터베리 지방에서만 클릭클랙(ClickClack)에서 70명, 양모회사인 지엘바우론(GL Bowron)에서 70명, 휘스퍼텍(Whisper Tech)에서 40명이 각각 감원됐고 2월에는 팁톱(Tip Top)의 크라이스트처치 공장이 폐쇄되면서 7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EMA의 제조업분과 매니저 그래미 터너(Graeme Turner)는“정부는 고금리와 고환율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제조업체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고환율로 인한 경제적 파장은 유학산업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중국인 유학생의 절대 다수인 51%는 유학 결정 요인으로 등록금 및 생활비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 뉴질랜드달러 강세가 이들의 유학 행렬을 막을 것이라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볼라드총재는 금리인상 발표 성명에서“2006년도 하반기에 시작된 경제활동의 재개가 내수가 지속적으로 강하게 확장하면서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의 지출확대도 인상 배경의 하나로 지목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과 수출업체들은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ASB의 경제학자 다니엘 윌스(Daniel Wills)는“집값은 앞으로도 하락하지는 않고 지난 2년간 보여줬던 상승률보다 낮은 속도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인상으로 뉴질랜드의 기준금리는 7.75%로 선진국 가운데 아이슬랜드 다음으로 가장 높다. 시중은행의 변동금리는 최근 10년내 가장 높은 10.05%를 기록했고,  1년 고정금리도 9.05%까지 올랐다. 생애 첫 주택을 장만하려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도 점점 요원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주택 모기지 세일이 두 배 늘었다는 부동산업계의 최근 발표도 주택 대출자들의 빚 부담이 서서히 수면위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문제 풀기 위한 초당적 기구 설치 협의

최근 이러한 경제 문제들을 협의하기 위한 초당적 특별위원회 설치 얘기가 뉴질랜드 정가에 거론되고 있다. 국민당을 포함한 소수 정당들은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는 반면 집권 여당 노동당은 주제를 금융통화정책에 한정시키자는 주장이다. 

재무장관 마이클 쿨렌(Michael Cullen)은“초당적 협의가 현 뉴질랜드 경제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경제에 문제가 없음을 애써 강조했다. ▲ 경제성장-아직 강함 ▲ 순이민-아직 강함 ▲ 이자율-상승 ▲ 고용시장-아직 강함 ▲ 임금상승-견고 ▲ 집값-상승 ▲ 주택매매소요기간-단축 ▲ 주택매매건수-견고 ▲ 주택모기지세일-증가 ▲ 주택구매력-하락으로 대변되는 2007년 5월 뉴질랜드 경제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키를 돌릴 지 기로에 서있다.      [뉴질랜드코리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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