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맘 유학 칼럼> 뉴질랜드 도로의 짱가?

편집자 0 5,746 2013.09.01 22:11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오는 짱가는 이미 40대 이상의 어른들에게나 알아들을 수 있는 추억의 이름이겠지만, 여기 뉴질랜드에서 그분(?)의 도움을 받아 본 분들은 정말 짱가라도 만난 기분이었을 거다. 바로 AA라는 긴급 도로 서비스를 위한 사고보험을 말한다.
 
최소한의 짐으로 간소하게 유학생활을 하고 가겠다 다짐했기에 10불만 넘어도 손을 덜덜 떨며 장을 보고 있었음에도, 이 보험은 꼭 들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들어서, 아니 작은 동네에서 살살 운전할 텐데 무슨 사고당할 일이 있다고 이런 보험을 별도로 또 들어야 한다는거야? 하고 무시했었다. 그리고 엉겁결에 인터넷으로 가입을 하고는 언제 본전이나 찾으려나 했었다.
 
덜거덕 덜거덕 덕덕덕.....앞뒤로 차도 하나도 없었고 휑하던 밤 도로. 저녁 먹고 잠옷 싸 들고 목욕가운 바람으로 핫풀가던 길이었다. 도로에서 무슨 흰 끈 같은걸 밟고 지나갔는데 이것이 떨어지질 않고 껌딱지처럼 붙어 따라오는 거였다. 뭐가 들러붙었겠지, 하고는 핫풀 주차창에 차를 대고 내려서 차를 들여다봤더니 새끼 손가락 만한 대못이 기역자로 꺽여서 앞바퀴에 떡하니 박혀있는 거다. 쉬.... 하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시간은 밤 7시. 내가 운전을 험악하게 한것도 아니고, 차가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다른 차가 나를 들이받은 것도 아니고, 아무일도 없이 평온하게 도로를 달리다가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당하다니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난 3년 유학생활 100% 무사고 운전자임.
 
난 잠옷 바람에 속에는 수영복 맨발에 슬리퍼, 이곳 뉴질랜드의 거의 모든 영업장은 오후 4시 30분 이후로 문을 닫는다. 애들은 남의 일인 양, 벌써 물속에 퐁당 들어가서 논다. 누구 아는 사람한테 이 시간에 전화를 해서 도와 달라 하기엔 시간도 늦었고, 정비소에 갈라쳐도 내일 아침, 그것도 예약을 해야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이런 상황에 도움을 주는 보험서비스가 많지만, 뉴질랜드는 바로 AA라는 자동자 운전면허증 발급기관에서 운영하는 보험상품이 그 역할을 대중적으로 하고 있다.
 
“HELLO ~”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 몇 번의 도움을 받았기에 차분하게 자동응답기를 듣고 회원번호와 지금의 상황을 간단히 음성메모에 남기고 전화를 기다렸다. AA서비스는 뉴질랜드 전역 어디라도 즉시 출동하여 응급상황에서 운전자를 구제해주는 서비스를 한다. 10분 정도를 기다렸더니 전화가 걸려왔다. 위치를 정확히 설명하고 곧 출동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나는 기다리는 동안 유유히 핫풀을 즐기고 있었고, 곧 도착한 서비스 맨이 손을 들어 인사를 하더니 나보고 그냥 핫풀을 계속하라고 한다. 밤 8시. 스페어 타이어로 갈아주고, 간단히 사인을 한 다음 짜잔, 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났다. 이건 완전 보험 CF의 한 장면 아닌가?
 
들어본 바로는 이보다 이 보다 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구조를 받은 유학맘들 이야기도 많다. 한 밤 중에 로토루아에서 타우랑가로 넘어오는 고속도로 한복 판에서 차가 멈췄다거나,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 주다가 시동이 꺼져 도움을 받기도 한다. 물론 인간관계가 좋아 한밤중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구들이 많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난 AA 전화번호와 네비게이터만 있으면 뉴질랜드 어디라도 걱정 없다.
 
참, AA 보험을 든 사람이 친구라면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다는 팁도 들은 바가 있다. 이 보험은 차에 드는 보험이 아니라 사람에 드는 보험이므로 적법하진 않지만, 유학생활을 알뜰하게 하려는 몇몇 여인들은 친구의 AA의 카드를 사이좋게 공유하신다. 한 푼이라도 아낄 데가 많은 유학생활이지만, 안전에 관련해서는 아끼지 말고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I LOVE 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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