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휴일/유영호

시인유영호 0 2,741 2016.08.29 00:03
어떤 휴일

유영호

티비 보기조차 지겨운 휴일오후
피곤하다는 아내를 졸라 5일장에 갔다
봄바람에 등 떠밀려온 나물이
기울어가는 짧은 해를 힐끔거리고
몇 바퀴째나 순례하는 할머니 손에는
주렁주렁 비닐봉지가 포도송이다
각설이 엿장수 북소리도 지쳐갈 쯤
세상사 시끄러워 속을 비운 고등어는
소금 한 움큼으로 끼니를 때웠다
심사 뒤틀린 꽈배기의 달달한 호객이
엄마 따라 나온 딸아이 발길 붙잡고
호떡집은 여전히 불타는 중이다
바다를 건너온 바나나 오렌지는
몰려드는 사람들에 놀란 토끼눈이고
골목 끝 난전에 펴놓은 아낙의 남새는
이제 두 무더기가 남았다
보채는 아이울음에 발목 잡힌 아내가
봄나물 한 무더기를 산다
저녁상에 올라온 머위무침 한 접시
하늘가신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거라는
아내의 말 한마디에
숟가락질이 울컥거리는 저녁.

#군더더기
나는 장터를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시장에 가면 우선 눈요기를 싫컷 할수 있고
맛난 것을 사 먹을수도 있지만
더 좋은 것은 세상이 꿈틀 거리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장구경을 하러 갑니다.
그날은 머위 한 움큼에 어머니생각이 물씬나던 날이었습니다.

나훈아/어머니
https://www.youtube.com/watch?v=3AoN-X2B2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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