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성선경

시인유영호 0 2,863 2016.08.25 23:42
밥벌(罰)
 
                      성선경
 
밥벌이는 밥의 罰이다
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
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
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
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종종거린 죄
몸뚱아리를 위해 더 싹싹 꼬리 친 죄
내 밥에 대한 저 엄중한 추궁
밥벌이는 내 밥의 罰이다
 
#군더더기
먹고 살기 위해 당연시하며 저질렀던 일상의 죄를 따져봅니다.
세상의 향기와 풍요에 이상도 포기하고 포만에 무너졌습니다.
오로지 나와 내 새끼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세상과 타협했습니다.
버리고 포기했으니 밥이 주는 벌(罰)은 달게 받아야겠지요.
그렇지만 오늘도 밥벌이를 위해 수고하고 땀 흘리는 당신과
나에게 매일 밥상(賞)도 함께 드리겠습니다.
 
버즈/벌
https://www.youtube.com/watch?v=0Elk_F_TQ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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