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유영호

시인유영호 0 2,828 2016.08.22 23:28
폐교
 
      유영호
 
잡초에 길목을 빼앗긴 녹슨 정문
떨어진 동상 머리 햇살 끌어당겨 잠들고
운동장에 지천인 개망초
아이들 웃음 따라 피어서 흔들린다
 
깨진 유리창 넘어 비새는 천정에
낮선 나라의 지도가 그려졌고
마지막 수업이었을 국어책의 한 구절은
갈라지는 칠판에서 미라가 되었다
 
세월을 닦다 터진 칠판지우개와
바닥에 뒹구는 몽당연필 주인은
아련한 풍금소리와 떠나고
빈 의자에 풀벌레소리 앉았다 일어선다
 
교실에서 교훈을 읽던 아이는
바람 부는 도시에서 허기진 생을 끌고
태극기와 나란히 걸린 사진
아직도 근엄한 얼굴로 일괄한다.
 
 
#군더더기
어느 시골에 폐교된 학교를 들여다보았습니다.
학생들이 떠난지 오래된 학교에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대신
풀벌레소리만이 쓸쓸하게
교실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다니던 초등학교는 안녕하신지요?
 
이루마,김광민/학교가는 길
https://www.youtube.com/watch?v=xYTRUmy7N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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