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에는 거미가 산 다/유영호

시인유영호 0 2,775 2016.08.15 23:47
가마솥에는 거미가 산 다

                              유영호

맑은 숨 쉬는 것도 신물 난다며
모두 도시로 떠나버린 집에
거미가 사는 가마솥이 걸려 있다
돌아 올 기약이나 있는 것인지

가난을 담았던 이 빠진 사기그릇
눈물을 받았던 꿰맨 바가지와
서러움 떠먹던 숟가락 몇 개가
부엌 바닥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다

오래된 껌처럼 벽에 붙은 거울 속
무너진 세상이 눈물 흘리며 살고 있고
그 앞에서 머리를 빗던 여자는
조각난 하늘을 향해 푸념했겠지

허물처럼 벗어버린 이불
그 속에서 사랑을 했고
아이도 몇 낳아서 키웠을 테지
파방 친 가재도구를 보는 것
정말 가슴 저미는 일

곰팡이 핀 달력에서
국회의원이 웃고 있다.

#군더더기
요즘 농촌을 가면 빈집이 점점 늘어서 심지어는 한 두가구 만 사람이 거주하는 마을도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다들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그분들이 세상을 뜨고 나니 이젠 집도 점점 삭아가는거지요.
출산율 세계 최하위라는 우리나라
노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라는 우리나라 아마도 농촌의 빈집은 더 늘어갈 것 같습니다.
많은 사연을 안고 부숴져 가는 집들을 보면 짠 한 마음이듭니다.

이자람/빈집
https://www.youtube.com/watch?v=nt6H3zUit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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