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부터는
홍윤숙
여기서부터는 아무도 동행할 수 없다
보던 책 덮어놓고 안경도 전화도
신용카드도 종이 한 장 들고 갈 수 없는
수십 억 광년의 멀고 먼 여정
무거운 몸으로는 갈 수 없어
마음 하나 가볍게 몸은 두고 떠나야 한다
천체의 별, 별 중의 가장 작은 별을 향해
나르며 돌아보며 아득히 두고 온
옛집의 감나무 가지 끝에
무시로 맴도는 바람이 되고
눈마다 움트는 이른 봄 새순이 되어
그리운 것들의 가슴 적시고
그 창에 비치는 별이 되기를
#군더더기
우리는 각자 어느 계절에 살고 있을까요?
저에게 봄은, 당연히 지났겠고 여름도 물론 지났을 겁니다.
아마도 가을이 지나가는 어느 언저리에 있겠지요.
이쯤 되면 아무도 동행할 수 없는 길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너무 이른가요? 글쎄요?
시에서 처럼 "마음 하나 가볍게 몸은 두고 떠나야 한다"라고 한다면
수십 억 광년의 멀고 먼 여정을 준비해야 하는데
준비 기간이 길면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가 참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