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시인유영호 0 2,751 2016.07.15 00:36
빈 항아리 1
 
            홍윤숙
 
비어 있는 항아리를 보면
무엇이든 그 속에 담아두고 싶어진다
꽃이 아니라도 두루마리 종이든 막대기든
긴 항아리는 긴 모습의
둥근 항아리는 둥근 모습의
모없이 부드럽고 향기로운
생각 하나씩을 담아두고 싶어진다
바람 불고 가랑잎 지는 가을이 오니
빈 항아리는 비어 있는 속이 더욱 출렁거려
담아둘 꽃 한송이 그리다가
스스로 한묶음의 꽃이 된다
누군가 저처럼 비어서 출렁거리는
이 세상 어둡고 깊은 가슴을 찾아
그 가슴의 심장이 되고 싶어진다
빈 항아리는 비어서 충만한
샘이 된다.
 
# 군더더기
무엇이든 채우려 하는 것이
범인들의 어쩔 수 없는 습성인가 봅니다.
제법 삶에 부대끼면서 살아 본 사람들은
시인의 말처럼 빈 항아리 하나쯤 가지고 싶을 겁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나 탐욕 말고,
비어서 충만한 빈 항아리 말입니다.
그냥 내 모양대로, 가끔씩 모없이 부드럽고
향기로워질 때만 하나씩을 담아 둘 그런 항아리!
아! 언제쯤 가지게 될까요? 어쩌면 영영...
 
이승환/텅빈 마음
https://www.youtube.com/watch?v=4OsBm1sG8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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