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676 2016.07.05 00:00
7월, 아침 밥상에 열무 김치가 올랐다
 
                                           김종해
 
흙은 원고지가 아니다. 한 자 한 자 촘촘히 심은 내 텃밭의 열무씨와 알타리무씨들
원고지의 언어들은 자라지 않지만 내 텃밭의 열무와 알타리무는 이레만에 싹을 낸다
간밤의 원고지 위에 쌓인 건방진 고뇌가 얼마나 헛되고 헛된 것인가를
텃밭에서 호미를 쥐어보면 안다
땀을 흘려보면 안다 물기 있는 흙은 정직하다
그 얼굴 하나하나마다 햇살을 담고 사랑을 틔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내 텃밭에 와서 일일이 이름을 불러낸다
 
칠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텃밭에서 내가 가꾼 나의 언어들
하늘이여, 땅이여, 정말 고맙다
 
#군더더기
푸른 잎을 길게 늘어뜨리고 적당히 한 입 베어 먹기 좋은 무를
벌겋게 갖은  양념을 넣고 무친
열무와 알타리무 김치를 보면 입안에 군침이 절로 돈다.
이렇게 밥상에 오르기까지는 텃밭에서
정성들여 가꾸어 온 주인의 손길이 있기 때문이다.
화자는 흙과 원고지를 비교했다.
물기가 있는 흙은 정직해서 텃밭에 심은
새싹들이 촘촘히 사랑의 싹을 틔운다했다.
원고지의 텃밭, 글을 쓰는 사람들은 알 수 있다.
쉽게 읽혀지는 글이라 쓰는 것도 쉽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원고지 위의 한 자 한자를 제대로 쓰기까지는 고뇌의 연속이라는 것을.
7월, 아침밥상에 맛난 열무김치가 올라오듯
원고지의 텃밭에도 잘 가꾸진 언어들로 가득 채워보자.
 
이상번/하늘이여 땅이여
https://www.youtube.com/watch?v=XnWf5H9QE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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