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장사 박씨
유영호
오늘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밤새내린 가을비에 낙엽들조차
아스팔트에 납작 엎드려 미동도 없다
이른 새벽부터 장터를 나온
채소장사 박 씨가 하늘을 힐끔거리며
진열대에 물건을 올려놓다가
굵어진 빗방울에 한숨을 쉬며
무거운 마음을 파라솔아래 앉힌다
여기저기 오일장터를 떠돌며
난전을 펴 생계를 잇는 그들은
이번 비 때문에 3일이나 허탕 쳤다
가을가뭄에 식수가 걱정이라는
윗 지방의 뉴스보다
식솔들의 끼니가 더 걱정인 그는
빈속에 소주잔을 털어 넣고
오이 하나를 분질러 와작 씹는다
빗방울은 잦아들지 않고
상가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쪽잠이든 박씨가
번듯한 점포에서 장사하는 꿈을 꾸며
입가에 미소를 빙그레 매달았다.
#군더더기
아침 출근길에 5일마다 열리는 장터를 지나옵니다.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정말 열심히 사시는 그 분들을 보며
나는 과연 저분들 처럼 열심히 살고 있나 생각합니다.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 난전을 펼치다가
하늘을 보며 소주를 마시고 있는 생선장사와
채소장사를 보며 측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