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631 2016.07.04 00:11
채소장사 박씨
 
               유영호
 
오늘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밤새내린 가을비에 낙엽들조차
아스팔트에 납작 엎드려 미동도 없다
이른 새벽부터 장터를 나온
채소장사 박 씨가 하늘을 힐끔거리며
진열대에 물건을 올려놓다가
굵어진 빗방울에 한숨을 쉬며
무거운 마음을 파라솔아래 앉힌다
여기저기 오일장터를 떠돌며
난전을 펴 생계를 잇는 그들은
이번 비 때문에 3일이나 허탕 쳤다
가을가뭄에 식수가 걱정이라는
윗 지방의 뉴스보다
식솔들의 끼니가 더 걱정인 그는
빈속에 소주잔을 털어 넣고
오이 하나를 분질러 와작 씹는다
빗방울은 잦아들지 않고
상가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쪽잠이든 박씨가
번듯한 점포에서 장사하는 꿈을 꾸며
입가에 미소를 빙그레 매달았다.
 
#군더더기
아침 출근길에 5일마다 열리는 장터를 지나옵니다.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정말 열심히 사시는 그 분들을 보며
나는 과연 저분들 처럼 열심히 살고 있나 생각합니다.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 난전을 펼치다가
하늘을 보며 소주를 마시고 있는 생선장사와
채소장사를 보며 측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분들이 빨리 점포를 장만해서 장사를 하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한대수/행복의 나라로
https://www.youtube.com/watch?v=7AgBcabdp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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