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640 2016.06.28 02:15
그녀
 
        배용제
 
거리에서 한 여자가 스쳐간다
불현듯 아주 낯익은, 뒤돌아본다
그녀는 나와 상관없는 거리로 멀어진다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철 지난 외투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지처럼 그녀는
기억의 지느러미를 흔들고 거슬러 오르면
전생의 내 누이,
그보다 몇 겁 전생에서
나는 작은 바위였고 그녀는 귀퉁이로 피어난
들풀이었는지 모른다
그녀가 벌레였고 나는 먹이였거나,
하나의 반짝거림으로 우주 속을 떠돌 때
지나친 어느 별일지 모른다
뒤돌아보는 사이, 수천 겁의 생이 흘러버리고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스쳐간 바람, 또는 향기는 아니었을까
반짝이며 내 곁을 지나친 무수한 그녀들,
먼 별을 향해 떠나가고.
 
#군더더기
인연이 다했다면 불현듯 아주 낯익은,
그러나 나와 상관없는 거리로
멀어진 것이 더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가령, 수천 겁의 생이 흘러도
내 곁을 스쳐간 무수한 인연들이
아직도 가슴에 머물러 있다면
그게 어디 집착이지 사랑이겠습니까?
하긴 그것을
추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긴 있지만...
 
이승철/인연
https://www.youtube.com/watch?v=LFbjptzrP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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