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처럼 내 손에서 떨어진 꽃 한 송이 강물에 떠내려간다 낮달처럼 내 품속에서 떠나간 사랑의 체온, 흐르는 강물에 부서지는 햇살처럼 숨을 죽인다 이제 내 마음 속에서 아프게 아프게 되살아나는 지난날의 그림 모든 이웃을 등지 마을을 떠나는 이 죄인의 그림자를 지신밟듯 짓밟고 가는 소 한 마리 성황당 비탈의 상수리나무에서 일제히 뜨는 새들이 부럽다 젖무덤 같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너머 불타는 노을이 그립다 이 적막함이 두렵다
#군더더기 나뭇잎이 떨어지고 꽃잎이 떨어지고 지난날 아름다웠던 기억이 함께한 공간과의 이별에서도 아픔이 있다. 자신의 과거 속 추억의 자리이면서 상처의 자리이기도 한 상수리나무에서 되살아나는 지난날을 떠 올리며 과거를 지우고 싶어 하는 감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