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498 2016.06.17 00:02
나 홀로 상수리나무를 바라볼 때
 
                                  박이도
 
실수처럼 내 손에서 떨어진
꽃 한 송이
강물에 떠내려간다
낮달처럼 내 품속에서 떠나간
사랑의 체온,
흐르는 강물에 부서지는 햇살처럼
숨을 죽인다
이제 내 마음 속에서
아프게 아프게 되살아나는
지난날의 그림
모든 이웃을 등지
마을을 떠나는 이 죄인의 그림자를
지신밟듯 짓밟고 가는
소 한 마리
성황당 비탈의 상수리나무에서
일제히 뜨는 새들이 부럽다
젖무덤 같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너머
불타는 노을이 그립다
이 적막함이 두렵다
 
#군더더기
나뭇잎이 떨어지고 꽃잎이 떨어지고
지난날 아름다웠던 기억이 함께한
공간과의 이별에서도 아픔이 있다.
자신의 과거 속 추억의 자리이면서
상처의 자리이기도 한 상수리나무에서
되살아나는 지난날을 떠 올리며
과거를 지우고 싶어 하는 감정인 것이다.
 
이예린/포플러 나무아래서
https://www.youtube.com/watch?v=eg0roqPCw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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