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705 2016.06.14 23:39
석류
 
     이가림
 
언제부터 이 잉걸불 같은 그리움이
텅 빈 가슴속에 이글거리기 시작했을까
지난여름 내내 앓던 몸살
더 이상 견딜 수 없구나
영혼의 가마솥에 들끓던 사랑의 힘
캄캄한 골방 안에
가둘 수 없구나
나 혼자 부둥켜안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자꾸만 익어가는 어둠을
이젠 알알이 쏟아놓아야 하리
무한히 새파란 심연의 하늘이 두려워
나는 땅을 향해 고개 숙인다
온몸을 휩싸고 도는
어지러운 충만 이기지 못해
나 스스로 껍질을 부순다
아아 사랑하는 이여
지구가 쪼개지는 소리보다
더 아프게
내가 깨뜨리는 이 홍보석의 슬픔을
그대의 뜰에 받아주소서       
             
#군더더기
초가을 햇빛이 석류의 볼 살을 더 붉게 물들인다.
마당 한 쪽 담장 밑에 심어진
석류나무를 가진 집들을 부러워했던 적이 많았다.
석류는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각별한 것 같다
여러 시인들의 글에서 보면 알맹이가 옥구슬이 되었다가
또 벌어져 알알이 영글어 있는 것을 보고
씨알의 힘이라고도 표현되기도 하고
이 글에서 화자는 석류가 온 몸을 휩싸고 도는
어지러운 충만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껍질을 부순다고 했다.
 
문주란/석류의 계절
https://www.youtube.com/watch?v=AEPlfodMxC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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