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441 2016.06.02 00:21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이수명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손들이 있고
나는 문득 나의 손이 둘로 나뉘는 순간을 기억한다
내려오는 투명 가위의 순간을
깨어나는 발자국들
발자국 속에 무엇이 있는가
무엇이 발자국에 맞서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이 있고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육체가 우리에게서 떠나간다.
육체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우리에게서 떨어져나가 돌아다니는 단추들
단추의 숱한 구멍들 속으로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군더더기
이 시는 손과 비를 배경으로
우리가 통상 떠올리는 소통 방식을 이야기한다.
이 시는 세상 모든 것을 자신 입장에서
이해하고 파악하려는 인간 관념을 깨고,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사랑 혹은 소통은
자신과 타인에 대한 관념을 깨부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서인국,정은지/AII For You
https://www.youtube.com/watch?v=Q_GyneFGQ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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