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457 2016.05.17 23:44
포용
 
     김행숙
 
볼 수 없는 것이 될 때까지 가까이.
나는 검정입니까?
너는 검정에 매우 가깝습니다.
너를 볼 수 없을 때까지 가까이.
파도를 덮는 파도처럼 부서지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우리는 무슨 사이입니까?
영영 볼 수 없는 연인이 될 때까지 교차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침묵을 이루는 두 개의 입술처럼.
곧 벌어질 시간의 아가리처럼.​
 
#군더더기
포옹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시입니다.
우리는 대개 타인의 낯선 모습을 보게 될 때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과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그 타인은 오랫동안 만나온 사람도 해당이 되겠지요.
그러나 오랫동안 만나온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의 낯선 모습을 볼 수 없을 때
두근거림이나 설렘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느 경우든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상대방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놀라운 사실과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사랑에 빠지자마자 그 사람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느낌,
그 치명적인 고독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필사적으로 그 사람을 알려고 노력합니다.
이것이 곧 사랑이겠지요.
 
김조한/사랑에 빠지고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Nq6VTT-5u1M&list=RDNq6VTT-5u1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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