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 꼴찌의 손을 잡아주는 손

편집자 1 4,811 2012.10.10 08:45

모든 일에 선후(先後)가 있어 질서가 세워지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일등과 꼴찌를 극명하게 나누고 차별하는 풍토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공부도 그렇고 사회의 모든 일에 있어서도 동물적인 지배구도가 편만해 있다. 그러나 꼭 일등만이 우위에 서고, 또 그들이 이타주의(利他主義)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자세히 보면 꼴찌로 인해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꼴찌의 분발이 세상을 바꾸는 모습들은 세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일등과 꼴찌의 구별이 심화되어 사람과 사회가 병들면 극도의 우월감과 극도의 열등감이라는 극단의 틀 속에 갇히게 된다. 어떤 사람은 자기 발밑에 대해 한없이 무시하면서 우월감의 꼭대기에서 교만해지고, 어떤 사람은 열등감의 늪에 빠져 위를 보면서 한없이 위축되고 분노한다. 두 경우 모두 각각의 경우에 묶여 노예로 전락한 것이다.

자기 자격지심이든, 누구를 의식해서이든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그늘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그늘이 드러나면 자기에게 불리한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그늘을 말하고 싶지도 않고 들키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하지만 내게 드리워진 그늘만큼이나 따스한 햇볕도 있는 법이다. 인생은 음지(陰地)가 양지(陽地)되고, 양지가 음지 되며 회전한다. 그것을 모르면 지금 내가 양지에 있든, 음지에 있든 반쪽 인생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은 내가 꼴찌의 그늘에 있을 때 내 손을 잡아준 사람이다. 평생 기억에 남는다. 사람의 양심은 꼴찌인 내 손을 잡아준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정과 성실로 보답한다. 그렇게 어느 순간 음지의 늪을 탈출하게 되는데 사람은 기쁨 속에서 꿈꾸기 보다는 오히려 아픔 속에서 꿈을 꾸기 때문이다. 꼴찌의 그늘에서 어떤 꿈을 꾸고, 자신의 꿈에 대해 어떤 희생의 대가를 치르느냐에 따라 양지로의 전환이 달려 있다.

아무리 꼴찌를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꼴찌라는 낙오자의 낙인은 자기 스스로든 그 누구든 찍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그늘에 가려진 능력을 발견하지 못해 잠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꼴찌의 손을 잡아 꿈을 꾸게 하면 그를 가렸던 그늘은 빛으로 변하고, 그가 그늘에서 겪은 아픔은 기쁨으로 바뀌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된다. 꼴찌가 절망이 될지 희망이 될지는 오늘 꼴찌의 손을 잡아주는 손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오늘 꼴찌의 손을 잡아주는 손이 세상을 바꾼다.

✤ 시편 42:5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가 여전히 찬송하리로다.

<타우랑가 한인 장로교회 김기오 목사>

Comments

jianbin0911 2017.09.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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