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656 2016.04.28 00:14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박남준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사는 일도 어쩌면 그렇게
덧없고 덧없는지
후두둑 눈물처럼 연보라 오동꽃들,
진다 덧없다 덧없이 진다
이를 악물어도 소용없다
모진 바람불고 비,
밤비 내리는지 처마끝 낙숫물 소리
잎 진 저문 날의 가을 숲 같다
여전하다 세상은
이 산 중, 아침이면 봄비를 맞은 꽃들 한창이겠다
하릴없다
지는 줄 알면서도 꽃들 피어난다
어쩌랴, 목숨 지기 전엔 이 지상에서 기다려야 할
그리움 남아 있는데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너에게, 쓴다

# 군더더기
덧없다 하면서도, 아니다, 아니다 하면서도 
운명처럼 받아 들여야 할 것들이 존재하죠.
목숨이 지기 전엔 지상에서 기다려야 할
그리움이 남아 있다면 더욱 더 이를 악물 일이고요.
이를 악물고 피고 진 꽃들이 정말 하릴없어서 그랬겠습니까?
멀리서 가까이서 너를 생각하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지요.
그나저나 처마끝 낙숫물 소리 들어보셨습니까?
아이고! 청승도 이런 청승이 없습니다. ㅎㅎ 그래서 이 노래.
양희은- 잘 가라 내 사랑
http://youtu.be/EJsFD7m9ZF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