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651 2016.04.25 23:50
첫 봄나물
 
            고재종
 
얼어붙었던 흙이 풀리는 이월 중순
양지바른 비탈언덕에 눈뜨는 생명 있다
아직도 메마른 잔디 사이로
하얀색 조그만 꽃을 피운 냉이와
다닥다닥 노란색 꽃을 피운 꽃다지와
자주색 동그란 꽃을 층층이 매단 광대나물
저 작은 봄나물들이 첫봄으로 푸르다
저 작은 것들이 지난 가을 싹을 틔워
몇 장의 작은 잎으로 땅에 찰싹 붙어
그 모진 삭풍의 겨울을 살아 넘기고
저렇듯 제일 먼저 봄볕을 끌어모은다
저렇듯 제일 먼저 봄처녀 설레게 한다
냉이 꽃다지 광대나물, 그 크기 워낙 작지만
세상의 하많은 것들이 제 큰 키를 꺾여도
작아서 큰 노여움으로 겨울을 딛고
이 땅의 첫봄을 가져오는 위대함의 뿌리들
 
#군더더기
꽁꽁 얼었던 흙무덤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과
가지 끝에서 뾰족하게 내미는 꽃망울이
마음을 들뜨게 하는 걸 보면
봄의 언덕은 참으로 경이롭다.
자연이기에 끈질긴 생명력으로 겨울을 이기고
다시 싹을 틔워 계절의 첫 소식을 알리는
봄이 화려하게 지나고 있습니다.
 
보이스라떼/봄을 그리다
https://www.youtube.com/watch?v=jv0Pgdmp1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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