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687 2016.04.21 23:37
놀리면 허허 웃고 마는 사람
 
                                노수승
 
주변 마을 잔칫날이면
영락없이 찾아와 걸지게
한상 받는 이.
아이들이 병태야, 병태야, 하고
놀리면 허 허 웃고 만다.
그의 형님이 유명 정치인이라는 말이 있고,
누군가는 그가 멋진 필체로 한자를
잘 쓰고 실은 아주 유식하다고 했다.
허허실실 웃는 모습으로 보아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도 잘 알고 있었다.
가끔은 하늘을 보며
파안대소하기도 한다.
바른 걸음걸이에 정면을 직시하는 눈동자
쉰은 넘긴 듯한 미남형인 그는
놀리는 아이들에게도 관대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그가 누구였는지
부러운 생각이 든다.
놀리면 허허 웃고 마는 사람.
 
#군더더기
이 시는 시인의 어린시절 기억에서 꺼낸 이야기다.
시에 등장하는 사람은 가족이 유명정치인이고
또 본인도 아마 많은 공부를 한 사람일 것 같은데
약간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기도 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아이들이 놀려도 화를 내지 않고 허허 웃는 다는 것은
심성이 착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노수승시인은 시공을 초월한 그 사람의
착한마음을 부러워하며 이 시를 쓴 것 같다.
약육강식의 현대사회에서
이렇게 영혼이 맑고 순수한 사람이 살아가기는
아마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적/걱정말아요 그대
https://www.youtube.com/watch?v=SxbK7kLtd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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