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582 2016.04.20 23:23
목련 후기
 
                          복효근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겨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 더 앓고 싶어라
 
#군더더기
내 사랑이,열정이 식어도
내 자식에게 혹은 후배에게
사랑에 관한 기억들을
서사처럼 전해줄 날들이 도래하겠죠?
피딱지처럼 기억되도
그 사랑을 통해 우린
한 인간으로의 완생을 도모해왔단 사실.
목련 꽃봉우리가 눈 내리는 하늘 향해
솟구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봄꽃이라도 사랑해서
가슴이 박토로 바뀌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네요
 
최성수/목련꽃 필때면
https://www.youtube.com/watch?v=TvWOzOk5pZ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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