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463 2016.04.18 23:37
목련꽃을 보라
 
             김충규
 
 
밤사이 목련나무가 활짝 꽃 피웠다
우리 잠든 깊은 밤, 천상의 물고기 떼가 내려와서
주둥이로 멍울 어루만졌던가
뭉쳐 있던 멍울들 다 터져 꽃이 되었다
너무 희어서 실핏줄이 환한 꽃
몇 올의 실핏줄 터져 약간 붉은 기운이 도는 꽃
멀리서 찾아온 바람이 단내를 꽃잎마다 적셔준다
목련나무 너머는 콘크리트 골목길
골목길과 목련나무 사이엔
교과 같은 담벼락이 서 있다
이런 날은, 교과서는 아예 펼치지 말자
이런 날은 지짐이 한 접시에 막걸리 두어 잔
흥얼흥얼 콧노래에 취해 보자
그런들 내 속에 맺힌 멍울들 터지겠냐마는
터져 환한 꽃 되겠냐마는
 
#군더더기
목련은 4월을 대표하는 꽃이다.
봉긋하게 피어오르는 꽃잎을 보면
왠지 품위를 가지고 우아함을 뽐내는
중년의 부인을 먼저 떠 올리게 된다.
그러나 목련이 지는 모습을 보면
초라하다 못해 추해 보인다.
그러나 많은 작가들은 목련꽃의 비유를
꽃등불, 물새알, 하늘궁전, 그리고
수십 개의 입술이라고 표현했다.
꽃들이 축제를 여는 4월이 하염없이 가고있다.
 
적우/하얀목련
https://www.youtube.com/watch?v=5h7-wQWeq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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