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을 보라
김충규
밤사이 목련나무가 활짝 꽃 피웠다
우리 잠든 깊은 밤, 천상의 물고기 떼가 내려와서
주둥이로 멍울 어루만졌던가
뭉쳐 있던 멍울들 다 터져 꽃이 되었다
너무 희어서 실핏줄이 환한 꽃
몇 올의 실핏줄 터져 약간 붉은 기운이 도는 꽃
멀리서 찾아온 바람이 단내를 꽃잎마다 적셔준다
목련나무 너머는 콘크리트 골목길
골목길과 목련나무 사이엔
교과 같은 담벼락이 서 있다
이런 날은, 교과서는 아예 펼치지 말자
이런 날은 지짐이 한 접시에 막걸리 두어 잔
흥얼흥얼 콧노래에 취해 보자
그런들 내 속에 맺힌 멍울들 터지겠냐마는
터져 환한 꽃 되겠냐마는
#군더더기
목련은 4월을 대표하는 꽃이다.
봉긋하게 피어오르는 꽃잎을 보면
왠지 품위를 가지고 우아함을 뽐내는
중년의 부인을 먼저 떠 올리게 된다.
그러나 목련이 지는 모습을 보면
초라하다 못해 추해 보인다.
그러나 많은 작가들은 목련꽃의 비유를
꽃등불, 물새알, 하늘궁전, 그리고
수십 개의 입술이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