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623 2016.04.12 23:41
수건의 혓바닥
 
                 박현수
 
수많은 돌기달린 혓바닥처럼, 수건은
식구들의 체취를 핥아 먹는다
처음 남긴 막내의 냄새 위에
아빠 냄새, 엄마 냄새가 겹쳐지고
겹치면 겹칠수록
냄새는 하나의 원형으로 돌아간다
따로 따로 거둔 냄새들은
수건 안에 모여서 비로소 가족이 된다
세탁기에서 꺼낼 때
가끔씩 수건의 올이 빠지는 것은
가족의 냄새를 놓기 싫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건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가족을 물어보겠는가
그 체취를 잊지 못하여
수건은 걸레가 되어서도
방바닥을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다
 
#군더더기
아내가 병원에 24일 입원해 있다가 퇴원을 하더니
집에서 홀애비 냄새가 난다고 하더군요.
나름대로 청소도 하고 환기도 시켰는데도
그런 냄새가 나는 것을 보면
혼자사는 남자는 가릴 수 없는 냄새가 있나봅니다.
목욕탕에 걸려있는 수건에서 나는 냄새,
가족들이 돌려 쓰면서 맞던 냄새는 없고
홀애비냄새만 나는 우리집 수건...
아. 다 빨고 환기를 해서 냄새나지 않았었는데
재활치료에 문제가 있어 오늘 아내가
다시 입원을 해야합니다.
우리 집에는 또 독거노인 냄새가 나겠지요.
어떻합니까..애를써봐야죠..ㅠㅠ
 
김보경/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기
https://www.youtube.com/watch?v=zoGKYg0X2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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