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688 2016.04.12 00:30
제비꽃 곁에서
 
                 김선광
 
나의 사랑은 들꽃과 같았으면 좋겠다.
자주자주 새로운 아침과 저녁을 맞이하면서
곱게 지는 법을 아는 풀꽃이었으면 좋겠다.
긴 사랑의 끝이 오히려 남루할 때가 있나니
키 낮은 풀꽃 뒤에 숨길 수 없는 큰 몸을 하고
파란 입술의 제비꽃아.
나는 얼마를 더 부끄러워하면 되겠느냐.
내 탐욕의 발목을 주저앉히는 바람이 일어
깊이 허리 눕히는 풀잎 곁에서
내 쓰러졌다가 허심의 몸으로 일어서야겠다.
 
#군더더기
봄의 언덕은 온통 꽃들이 잔치를 한다.
생활주변에서 각양각색으로 향기로
또는 그 자태로 비슷한 시기에 은은함을 풍기는 들꽃.
사람들은 저마다 꽃들에게서 배우는 사랑법이 있다.
부끄러운 듯 낮은 키로 숨어서
소신껏 제 색깔 제 모양 갖추며
사람들 마음에 전율을 일으키며
곱게 지는 법을 아는 풀꽃처럼
비록 내일 시들어 사라질지라도
오늘 스스로 아직은 꽃으로 남아있음을 자랑하면서
즐기는 들꽃 같은 삶.
그래서 존재의 가치를 더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장필순/제비꽃
https://www.youtube.com/watch?v=8lrHFryyM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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