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604 2016.04.07 00:03
꽃을 통해 말하다
 
                정진경
 
시간이 누적되면서 산란하는 유채꽃잎
노란 입들이 오물거리는 것을 본다
입이란
목숨을 연명하는 통로인 동시에
이데올로기를 표방하는 통로
한 목숨 연명하기에도 힘든 양민들 입을 보고
이데올로기 붉은 통로라고 우기던
치정자들 붉은 입술을 시대는
문서의 행간마다 흰 것으로 위조해 놓았다
붉고 푸른 것이 뭔지도 모르는 양민들 입만
붉다고 기재해 놓았다
살아온 삶의 흔적이 저렇게 노란 것을
총성꽃 느닷없이 피는 유채꽃 행렬 속에서 울리는
4․3사건 진혼곡,
피어린 말을 쏟아내는 제주섬 입술을 본다
유채꽃처럼 붉지도 희지도 못한 말
총성에 봉합 되어버린 그들
노랗게 흔들리는 육성을 듣는다
봉합선 터지면서 열매를 맺는 유채꽃
광기의 역사가 시간을 터뜨린다
붉지 않음을 외치려고 피는 호소문
유채꽃들을 통해 내지르는 죽은 이들의 화화花話,
그들이 붉다고 이제는 말하지 않지만
비명의 환청에 시달리는 나에겐
온통 붉은 꽃입이다
 
#군더더기
이 시는 얼마 전에 지나간
 ‘제주 4.3사건’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유채꽃을 통해 지나간 역사를 떠올리고
나의 고통과 타인의 고통을 등가 시키는 묘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시인은 공산주의와 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 관념이
한 목숨 연명하기에도 힘든 양민, 붉고 푸른 것이 뭔지도 모르는
양민들을 적으로 몰아 무참히 학살한 역사적 사실을
유채꽃을 통해 재현 하고 있습니다.
 
유익종/들꽃
https://www.youtube.com/watch?v=Msm6qOP8k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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