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424 2016.04.04 00:33
방생
 
      이갑수
 
한 번이라도 오줌 누어 본 이라면
실감하면서 동의하리라
내가 화장실의 안팎을 구별하여 주면
오줌은 내 몸의 안팎을 분별하여 준다
따지고 보면 그게 얼마나 기특한 일인지
어떤 때 나는 소변 쏟다 말고 쉬면서 잠깐
오줌붓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콜라를 부어도 막걸리를 넣어도
정수되어 말갛게 괸 오줌은
몸 속 욕망의 바위틈을 지나오면서
얼마나 무겁게 짓눌리고 시달렸는지
맨 마지막 구멍으로 헤엄쳐 와서는
나오자마자 거품 물고 하얗게 까무라친다
내가 잠깐 방뇨하면
오줌은 오래 나를 방생한다
 
#군더더기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계실 것 같네요.
방생, 놓아주어 자유롭게 하는것,
욕망의 틈바구니 속에서 무겁게 짓눌리고
시달렸을 자신을 위해 불순물을 쏟아버리는 것.
오래일수록 까무러치게 좋은 것.
해탈이, 구원이, 별거 아니라는 것.
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참 쉬운 것.
아! 매일 방생 당하는 당신!
가끔 노상 방뇨의 짜릿함은 덤이라고 생각하시길.
 
안치환/자유
https://www.youtube.com/watch?v=yHyG0OFlk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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