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방랑시인 0 2,630 2016.04.04 00:31
풀에서 흙에서
 
                 유영호
                
마음이 추워 산소를 찾던 날
부모님은 봄볕을 쬐고 계셨다
사과 배 한 알 그리고 북어포
술잔을 채우고 인사를 올리니
할미꽃이 대신 끄덕거린다
몸과 마음의 한기가 가시니
선산를 지키는 벚꽃이 화사하다
산소에 기대어 하늘을 본다
낮익은 구름이 빠르게 가 버려
두리번거리며 그 얼굴을 찾는다
손자 셋을 본 나이지만
여전히 엄마가 보고 싶고
호랑이 같던 아버지도 그립다
짧은 해가 어둠에 떠밀려가고
하얀달이 둥글게 미소 짓는다
더 또렷해 지는 얼굴들
풀에서 엄마 냄새가 나고
흙에서 아버지 냄새가 난다
산소에 기대어 있는 이 시간
나는 결코 고아가 아니다.
 
#군더더기
지난 주말 부모님산소를 다녀왔습니다.
살아생전에도 하지 못한 효도인데
이제와 이것저것 차려놓고 술을 올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님이 내년 후년 그다음해에도
살아계실 거라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던 기억들이
정말 어리석은  것이라는 걸
진즉에 알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됩니다.
따뜻한 봄볕을 쬐며
부모님의 품 속에서 위안을 받아
늘어진 마음을 곧추세우고 왔습니다.
 
거미/양화대교
https://www.youtube.com/watch?v=T11xvlYUa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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