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맘 유학칼럼> 뉴질랜드 치명적 햇살에 대한 보고

편집자 0 5,869 2013.11.19 02:11
자동차 사고가 났다. 보닛이 박살나고 견적이 수 천불에 육박했다. 뉴질랜드 조기유학을 시작한지 2년 남짓 했을 때 이곳에서 사귄 친구네 이야기다. 다행히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난 오전시간대의 일이라 엄마 혼자였고, 다친 데는 없었지만, 그 사고의 원인을 물으니 참으로 황당했다.
 
“전봇대를 박았어. 햇빛 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였다구”
 
오전 9시경 뉴질랜드의 여름 햇살은 가히 살인적이다. 눈부시다는 이야기로는 설명하기 힘들고 야구장을 자주 다니지는 않았지만, 야간 경기장을 비추는 대형 조명장치 수백 대를 10미터 앞에서 보고 있다고 설명하면 될까?
 
 가장 짙은 썬글래스를 쓰고 윈도우 아래 차단막을 내려도 정면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피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뉴질랜드 운전에 미숙했던 초기에는 귀막고 눈가리고 뒤에서 옆에서 아무리 눈총을 줘도 이렇게 눈앞이 캄캄(?)할 때는 길옆으로 차를 세우거나 시속 20-30로 거북이 걸음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외국인이라서가 아니라 뉴질랜드인들도 여름이 되면 만반의 대비를 하고 그들 말로 소위 SUN-SMART가 되기 위한 지침을 학교에서도 철저하게 교육을 시킨다.
 
그 세 가지 지침은 바로 Slip(입고), Slap(쓰고), Slop(바를 것)이다. 한번은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바닷가로 가는 필드트립에 핼퍼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지도교사가 이 3가지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면서 뉴질랜드가 지구상에서 자외선이 가장 세고 햇빛으로 인한 대미지를 입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Skin cancer 뉴질랜드인이라면 무좀처럼 앓는 일반적인 병이라는걸 새삼 알게 되었다.
 
한낮의 온도는 한국의 찌는 듯한 여름날씨에 비하면 높지 않다.
바닷가 도시인 타우랑가는 그늘에서는 여전히 시원하고 햇빛이 쏟아지는 바닷가에서는 물 뛰어들기가 겁날 정도로 춥다. 하지만 햇살의 강도는 체감 온도와는 별개다.
 
 “모자 챙겼어? 얼굴에 발라” 애들에게는 엄마가 이렇게 입에 녹음기를 달아야 한다. 특히 학교에서는 여름에 모자를 가져오지 않으면 체육시간에 참여할 수 없고 나무그늘에 그냥 앉아 있다. 교실에서도 꼼꼼한 선생님들은 수시로 아이들에게 썬크림을 발라주고, 체육대회나 야외수업이 있는 날은 가방안에 썬크림을 챙겨오라는 통지도 날라온다.

집밖 출입을 삼간지 일주일 만에 눈에 붓기가 가라앉았다. 썬글래스만 달랑 쓰고 로토루아 레인보우 스프링스에 아이들과 놀러 갔었는데, 돌아오니 온 얼굴이 부어오르고 껍질이 벗겨지면서 벌개지기 시작했다. “ 엄마 얼굴이 이상해요 ” 유정이가 킥킥댄다. 해물국수를 거하게 먹어 내가 해물 알레르기가 있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생전 경험해본적도 없는 햇빛알레르기였다. 머릿속까지 부어올라서 긁적긁적, 아주 제대로 데었었다.
 
패션이 무슨소용이냐, 아이들을 태우고 이리로 저리로 도로위를 종횡무진해야하는 엄마들에게는 약간 두꺼운 소재의 챙이 있는 벙거지 모자와 썬글래스 팔뚝과 손등까지 가리는 긴팔그리고 썬 크림은 뉴질랜드 여름의 필수품이다. 야외활동이 많은 우리 아이들, 아무리 햇빛 아래 있어도 얼굴이 하얀 키위들과 달리 우리 애들은 조금만 방심해도 숫제 유전자가 의심될 정도로 새까매지니까, 차에 욕실에 가방안에 어딜 봐도 썬크림에 돌아다닐 정도로 생각날때마다 바르는 것을 잊지 말자.

다음 주면 인터미디어트에 다니는 아들이 5박6일의 긴 스쿨캠프를 떠난다. 그동안 엄마의 보살핌으로 관리(?) 되었던 피부가 일주일 만에 폭삭 도루묵이 되겠지만, 가방 안에 썬 크림을 꼭 챙겨서 보내야지. 발바닥은 포기하더라도 얼굴은 포기 못해. 꼭 발라야 해 아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