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맘 유학칼럼> 뉴질랜드 학교에서는 논다면서요?

오늘 쯤이면 스리스을쩍 교실 문 앞에 얼쩡 거리다가 사진 한장 찍어도 되겠지? 아빠가 한국에서 목빼고 기다리고 있을 텐데, 이 녀석들이 공부는 제대로 하는지 얼마나 궁금할 지 안 봐도 뻔하다. 그런데 애들이 쉬는 시간인가? 들낙 날락 거리는 애들, 책상에 앉지도 않고 바닥에 퍼지고 앉아서 와글와글 떠들고 있다. 교실문도 열려 있고. 가만히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좀 있으니까 종이 친다. 교실에서 놀고(?) 있던 애들이 와르르 나와서 운동장으로 뛰어 나가 또 논다. 어? 아까 그게 수업 중이었어?

뉴질랜드 시간표는 3 BLOCK 으로 나뉜다. 각 블록 사이에 간식을 먹고 점심을 먹는다. 대여섯개의 과목이 10분 쉬는 시간을 사이로 다닥다닥 붙은 한국교실 시간표와는 사뭇 다르다. 교실은 일단, 줄지어 늘어선 책상이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교실바닥에 둘러 앉아 편한 자세로 수업을 받는다. 꼭 유치원에서 수업 받는 레이아웃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학년이 올라가고 고학년이 되면 조금씩 책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우리가 보기에는 딱 노는 시간이다.

영어가 부족한 유학생들에게는 수학을 제외한 모든 교과가 처음에는 무척 적응하기가 어렵고 심지어 멍 때리고 시간만 보내기가 일쑤다. 하지만 유학기간이 길어지고 현지 학교 적응이 끝난 아이들은, 알고 보니 뉴질랜드 커리큘럼이 너무 쉬워서 학교에서 배우는 게 없다고 걱정하는 부모님들도 적지 않다. 그러니 ‘한국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들 쉽게 말한다. 하지만 이것도 초등학교나 인터미디어트 때 이야기이지 컬리지로 올라가면 갑자기 교과과정이 심화되고, 시험도 과제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누가 뉴질랜드 학교가 논대? 모르는 소리 마라‘ 는 소리가 바로 컬리지에 들어가면 나오게 된다.

그리고 학교를 자주 들낙 거리며 선생님들과 상담을 많이 해보면, 그렇게 노는 것처럼 보이는 초등학교에서도 음지(?)에서 활발하게 영재반이 운영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단 각반에서도 모두 능력별 그룹수업이 진행된다. 아이의 수학, 리딩, 스펠링 등의 성적에 따라 레벨이 메겨져 있다. 그리고 각 반마다 담임의 추천으로 뽑히는 아이들을 모아 특별반 수업도 진행된다. 수학, 체육, 아트 등등의 부분에 걸쳐 gifted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학교도 있다. 그리고 인터미디어트와 컬리지는 각 학년이 시작할 때마다 수학과 영어 부문에 advanced 클래스를 구성하기 위한 테스트가 시행되고, 그 반은 동급학생들 보다 높은 학년의 과정을 학습하게 된다.

드넓은 자연에서 마냥 뛰어 놀게 하기 위해서 유학 온 엄마들은 괜히 몰라도 될 이야기를 알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혹시나 뉴질랜드가 마냥 노는 학교라고 가볍게 보시는 분들에게는 결코 무시할 데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단기 유학에서 장기로 접어드는 유학생들에게는 그래서 ‘한국 저리가라’ 하는 사교육을 동반한 교육열을 올리게 되기도 하는 곳이다. 

( 4년 째 접어들며 드는 생각, 왜 그동안 애를 놀렸을까....나 극성 엄마 인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