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맘 유학 칼럼> 무도회 시즌, 적응되나요?

편집자 0 4,728 2013.06.04 02:20
벌써 3번이나 디스코파티 초대장이 날아들었다. 내가 아니고 6살 11살짜리 아이들에게 말이다. 대도시 중심가가 아닌 타우랑가처럼 한적하고 조용한 교육도시에서는 솔직히 아이들의 놀이거리는 많지 않다.
 
한국에서 막 온 유학생들에게는 오후 6시만 넘어도 모든 상가가 문을 닫고, 도로에도 차가 거의 보이지 않는 분위기가 답답하고 황당할 수도 있을 거다. 이 많은 젊은 학생들이 한국 같으면 방과후에 시내로 피씨방으로 쏟아져 나올 시간에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며 노는 걸까?
 
영어를 잘 해서 빨리 학교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나라 아이들의 놀이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혼자서 시내를 돌아다니며 외출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닌 초등 저학년아이들은 방과후에 부모들이 전화통화를 하고 시간을 정해 서로의 집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식으로 친구를 사귄다.
 
“슬립오버”라고 하여 친구 집에서 자고 들어오는 일도 자주다. 남자 아이들은 스포츠 활동을 같이 하는 아이들일수록 쉽게 친구가 되고, 대체적으로 남자 아이들 보다는 여자아이들이 금방 친구를 사귀는 듯 하다.
 
디스코파티는 학교에서 마련해주는 행사다.
날을 정해서 방과후 저녁시간에 학교로 아이들을 초대해 밤 9시까지 댄스파티를 연다. 그야말로 아이들에게는 고대하는 행사 중에 하나가 아닐 수 없다. 학교 내 강당이나 짐에서 행사대행업체가 조명과 음향세트를 구비한 디스코장을 꾸며준다. 의무사항은 아니고 디스코에 가고 싶은 아이들만 티켓을 구매해서 참여한다.
 
부모님들이 함께 디스코장에 와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지켜볼 수 있도록 해주고, 디스코장 밖에서 음료수나 야광악세사리등을 판매하는 등 펀드레이징을 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의 디스코는 정말 귀엽고 보기에 즐겁다. 한껏 어른스럽게 치창을 한 여자아이들은 마음껏 십대언니들 흉내를 내며 최신 팝에 맞춰 춤을 춘다. 처음에는 쭈뼛쭈뼛 하던 아이들도 조명이 돌아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고 삼삼오오 무도회장을 돌아다니며 이제 즐기기 시작이다. 구경만 하던 엄마들도 자연스럽게 춤을 추고, 아이들은 엄마손도 끌고 들어가 같이 춤을 춘다.
 
어색해서 어쩔 줄 모르던 한국아이들도 뒤지지 않고 흔들어 댄다. 그래 놀아라. 학교에 모여서 노는 건데 무슨 걱정이냐. 교장선생님도 각 반 선생님들도 친구처럼 뒤섞인다. 참 보기 좋다.
 
5월 뉴질랜드는 각 학교마다  Ball season이라고 불리는 기간이다. 컬리지(Year 9-13)나 인터미디어트(Year7-8) 의 디스코 파티의 분위기는 성인 버금간다고들 한다. 서양아이들이 빨리 성숙해진다고들 하지만 요즘 한국청소년들 분위기를 보자면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단지 이곳 분위기는 여자친구를 초대해 부모에게 인사시키고 2층으로 올라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정도는 전혀 부모에게 걱정을 끼칠 일이 아니라고 하니, 성숙함은 그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얼마나 부모에게 아이들의 생활이 열려있느냐의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저녁을 얼른 먹고 유정이 파티준비를 해주어야 한다. 어제 밤에 겨울철에 맞지도 않는 하늘하늘한 여름 원피스를 입고 가겠다고 가방에 볼레로까지 코디를 마쳐놓은 상태다. 메니큐어도 바르고 머리도 이렇게 저렇게 묶어달라고 주문이 많다. “엄마는 오지 마세요. 끝나면 데리러 오세요” 한다. 이 쪼고만한 것이 벌써부터?
 
그래, 마음껏 놀아라. 부모의 우려보다 조금만 더 양보한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성장하도록 놓아주자. 좀 아이답지 않으면 어떤가. 걱정이 아이를 더디게 자라게 함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한국엄마인가 보다.
 
5월이지만 겨울이라 6시면 깜깜한 밤이다. 6살짜리가 이 시간에 파티복장으로 집을 나선다. 깜찍스러운 일이다.
“유정아, 파티는 좋은데 엄마 화장대에서 좀 내려와라. 내 아이크림을 머리에 바르고 있자나!!!”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었는데 저거 추워서 어쩌려고, 에라 모르겠다. 잘 다녀와라.
끝나면 뜨끈한 핫풀에 데려가서 한껏 수다나 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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