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맘 칼럼>기러기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

편집자 0 4,594 2012.12.10 22:53
일주일 정도 짐 정리를 하고 가까이 장보러 갈 곳 정도를 익힐 때까지 아이들 아빠가 지내다 갔다. 하루하루가 아득하고 아쉽다. 아이들과 헤어질 때는 눈물없이 볼 수 없을 정도로 영화를 찍는다. 이게 무슨 짓인가, 애들 영어 가르치겠다고 생이별이라니.
 
작은 한국인 커뮤니티속에서 발견 할 수 있는 가족 유형들도 살펴보면 흥미롭다.
너도 나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며 누구 하나 붙잡고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드라마나 소설 한권이 뚝딱 나올 정도로 이야기 거리가 넘쳐난다. 단 하나, 남편을, 아빠를 한국에 떨어뜨려 놓고, 아이들과 엄마만 알콩달콩(?) 살고 있다는 공동운명으로 이곳 여인들은 쉽게 하나가 된다. 즉, 쉽게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는 뜻이다.
 
유학 가족들을 두고 국내에서는 기러기 아빠들에 대한 동정 여론은 늘 뜨겁다. 반면, 아이들 교육을 혼자 감내하며 말 하나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는 엄마들은 속된말로 ‘팔자가 늘어진 여자’로 불린다. 아빠의 희생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결코 드러내지 않았던 유학생활의 어려움은 거의 거론되지도 않는 모양이다. 가족의 신중한 선택으로 결정된 유학길이라면 엄마와 아빠의 역할은 동등하게 저울질 되어야 한다. 아빠는 돈 보내주는 사람, 엄마는 학교 데려다 주는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말 못할 유학맘들의 고뇌(?)는 다른 지면으로 풀어내기로 하자.
 
기러기 아빠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일년에 서 너 번씩 아이들을 만나러 비행기를 타는 ‘원조 기러기 아빠’ 그리고 새들의 왕인 ‘독수리 아빠’는 보고 싶을 때마다 수시로 비행기를 타는 재력 빵빵한 아빠를 일컫는다. 반면, 보고 싶어도 날지 못해 날아가지 못하는 ‘펭귄아빠’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유학생활을 하면서 몇 가지 더 기러기 아빠의 유형이 보인다.
 
‘어제 밤에도 전화 와서 징징대, 외로워서 못살겠다고 들어오래’
징징댄다고 말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이처럼 징징대는 것이 그것이 징징대는 것일까. 외로움의 몸부림이겠지. 이해는 간다. 하지만 하루 종일 아이들 케어로 파김치가 된 아내에게 외롭고 보고 싶다는 남편의 하소연까지 달래주어야 하니 고된 어깨가 더 무겁다. 약속된 기간까지는 서로 힘들다는 말은 접고 응원의 한마디가 절실할 텐데 말이다.
 
‘왜 내가 사준 모자 안 썼어? 오늘은 뭐 했어? 애들은 친구 많이 생겼어? 얼굴에 상처는 뭐야?’
3G 폰으로 이어지는 실시간 메시지와 사진, 심지어 동영상까지. 몸만 떨어져있지 하루 종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는 CCTV형 아빠다. 대부분 가정적인 아빠들이 반 이상이지만, 증세가 남다른
아빠들의 각종 최신IT기기를 통한 멀티코뮤니케이션의 활약이 눈부시다.
 
‘아무 걱정 말고, 필요한 거 말해. 뭐 보내줄까?’
무한 원조형 아빠다. 먹는 거 입는 거 걱정하는 아내의 염려까지 싹 덜어주느라, 오늘은 무슨 요리를 해먹었고, 새로 시작한 운동이나 취미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시댁 챙기는 일이나 친정에도 알아서 잘하고, 애들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는 교재나 국내에서 들은 교육정보도 속속 전해준다. 아빠에게 보람을 드리려고 아이들도 열심이다. 이런 남편 감사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걱정되기도……
 
우리 아빠가 남편이 어떤 유형에 속하든, 기러기 아빠가 더 이상 불쌍하게 보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름의 돌싱(?)생활을 알차게 꾸리며 어쩌면 돌아오지 않을 자신만의 시간을 즐겼으면 한다. 즐거운 아빠가 돈 많은 아빠보다 더 든든하고 믿음직스럽다. 가족 모두 잘 이겨내고 있다는 확신이 잔고가 많은 것보다 마음 편하다.
 
떨어져 지냈던 시간만큼 서로에게 얼마나 성숙된 모습으로 다시 만날지에 대한 그림을 그리자. 기러기 아빠가 어떻게 되었다는 둥, 유학 맘이 해외에서 어떤 일이 있다는 둥, 주변의 소문이나 가십에 불안해 하지 말자. 누구나 시도하지 않는 일을 시도한 사람들에게는 주변의 잡음이 따르기 마련이다. 
 
해외 법인 회사 기숙사로 입성한 남편이 오늘 먹는 점심식사라며 사진을 찍어 보냈다. 살던 집을전세 주고 원룸생활을 하다가 얼마 전 회사로 들어갔다. 운동해라 밥 거르지 마라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안심이었다. 사진에 어찌나 조목조목 밑반찬이 알찬지 점심 식판을 보여주며 약을 올린다. 일식일찬으로 먹고 사는 우리보다 낫다고 부추겨줬다.
 
‘졸업식에서 토니가 근사한 트로피를 받아왔네. 다 당신 덕이야. 힘내’
남편은 친구들 모아 한턱 내야겠다고 신나 했다.
 
‘기러기 아빠 모두들 힘내, 파이팅!’
‘오늘의 노력을 아이들이 나중에 꼭 알아주고 고마워 할거라고 믿자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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