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맘 유학 칼럼> 유학맘 환상 깨기

편집자 0 5,105 2012.10.30 03:15
 유학 이야기는 종래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영어실력을 단기간으로 올렸는가 하는 성공 혹은 실패담으로 엮어져 왔지만, 살아보니 아이들보다 더 중요한 건 엄마들이 아닌가 싶다. 뉴질랜드에 부푼 꿈을 안고 왔다가 몇 개월을 못 견디고 귀국비행기를 타는 경우도 있고, 한 달이 멀다 하고 한국을 들낙거려야 하는 불안한 엄마도 비일비재하다.
 
 늘 즐거워 보이는 엄마들도 있는가 하면 집안에만 틀어박혀 두문불출하는 엄마들도 많다. 현지 이웃들과 잘 어울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현지인들이 어렵고 두렵다는 엄마들도 있다. 즐거운 엄마가 아이들을 잘 케어할 수 있고 결국 성공유학의 결실을 가져온다. 힘들면 힘들다고 손을 내미는 것이 맞고, 겉으로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유학생활을 미화하는 것만도 바람직하지 않다.
 
하루에도 열 두 번씩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의 고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유학생활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이민을 생각하는지, 대도시로 옮길 계획을 하고 있는지,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인지에 따라 엄마들의 부류도 나뉜다. 아이들만 보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고, 여행 삼아 몇 개월 들렀던 가족이 평생을 눌러앉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결국 아이들이 적응을 잘해서가 아니라 엄마들이 적응을 잘해야 한다. 유학의 성패는 엄마들의 적응력으로 결정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는 유학가이드 책자나 성공 유학담을 실은 홍보물이 아니었다.당장에 현지에서 ‘서바이브’ 할 수 있는 비결을 선배들로 들었을 때였다. 6개월 살았던 선배로부터 듣는 이야기보다는 1년 산 선배들에게 얻어듣는 이야기가 더 실속 있고 연차수가 높을수록 더 진하고 뼈저린 어드바이스가 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영어의 홍수 속에서 나름 치열한 살아남기를 하며 적어도 6개월 (2텀; 뉴질랜드 학제는 총 4개의 텀으로 나뉘어져 있다)이면 무리 없이 그들 사회로 녹아 든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정작 그런 아이들을 잘 케어하기 위한 엄마들의 살아남기가 성공유학의 탄탄한 베이스가 되어야 했음이 많은 선배들의 조언이며, 나의 깨달음이기도 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 잠시 머물다 갈 짐짝처럼 대충 꾸린 살림살이는 도무지 정 붙이기가 쉽지 않을 게다. 휴일이면 무얼해야 하나부터 시작해서,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과 한국학교에서의 학업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도 떠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차라리 진로를 해외로 돌리라는 유혹(?)의 손길도 끊이질 않는다.
 
 한국에서 들리는 흉흉한 학원가의 소문들은 점점 마음을 떠나게 만들기도 한다. 끔찍한 사건사고를 보고 듣자면 한국이라는 곳은 도무지 사람 살 곳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푸른 들판을 뛰고 놀며 즐거워하는 뉴질랜드에서의 내 아이들을 보며 웃고만 지내기도 속은 쓰리다. 왕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순수한 뉴질랜드아이들 사이에서 내 아이들은 맑은 유리처럼 크고 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의 번민이 엄마들을 흔든다.
 
유학맘들은 이 모든걸 각오해야 한다. 한국을 떠나올 땐 그야말로 훌훌 털어버리고 한 몇 년 이런저런 스트레스없이 푹 쉬다 오겠다, 아이들에게 영어 하나만 충실히 배우게 하고 오겠다 했던 순수했던 목적이었다. 하지만 정해진 유학기간동안 유학맘들의 마음은 수시로 흔들리고 불안함을 피할 수 없다. 끊임없이 남편과 소통하며 아이들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는 부모의 교육관대로 밀고 나갈 지조를 지켜야 한다.
 
 또한 이 기간을 유학맘 자신도 알차게 이용하여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하길 바란다. 영어공부도 좋고, 자격증 취득도 추천한다. 다양한 취미생활이나 모임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스포츠 활동도 게을리 하지 말자. 현지에서 다양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유학원에서 열리는 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권장한다. 오직 아이들의 뒷바라지만 하겠다는 각오보다는 유학맘 스스로가 즐기는 생활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뉴질랜드, 그 중에서 이곳 타우랑가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고 평화로운 도시이다. 거실에서 내다 보는 풍경만으로도 매일이 감동이다. 하지만 유학맘은 한국을 떠나오기 전 보다 더 많은 고민을 안고 산다. 부디 그런 고민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 건너오시길 당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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