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맘 유학칼럼> 가디언족 여장부로 살아가기

편집자 0 4,668 2012.09.30 19:31
가디언 족 여장부

혼자 살수 있겠어? 애들이랑 어미 혼자 그 먼데를 간다는 거냐? 걱정 반 부러움 반으로 출국 전 근 두어 달은 달달 볶였다. 10살, 4살 망나니들을 나 혼자 데리고 15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는 것부터 겁나는 일 인데 2년을 살겠다고, 그리고 그 이후는 어쩔 거냐. 집에 도둑이라도 들면, 무섭다 무섭다 말만 들었지 그게 내 마누라, 내 며느리인지 몰랐다고 온갖 욕을 먹었다. 난 별난 엄마가 맞다. 혹은 그게 아닌지도 모른다. 그리고 난 그런 엄마들만 모여있는 유학맘, 가디언족의 일원이 되었다. 

뉴질랜드를 자녀들 유학지로 선택하면서 나의 신분은 가디언이다. 학생비자를 받는 10살짜리 아들을 중심으로 깍두기 4살 동생에겐 동반비자가 나오고, 그 두 아이들을 케어할 의무를 지닌 어른 한 명(법적 보호자)에게 체류비자를 내어주는데 그 이름이 ‘가디언 비자’로 불리운다. 

하지만 결국 비자에는 방문자 허가 VISITOR PERMMIT 라고 만 찍힐 뿐이다. 너 아닌 누구라도 학생비자를 받은 그 아이를 케어 할 의무를 지닌 이에게 황송한 체류비자를 하사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감히 3개월 이상 학원을 다닌다거나 알바로 돈을 버는 식으로 엄마 개인적인 일에 시간을 보내면서 ‘가디언’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너는 레지던트니? (resident)’ 영주권자임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이렇게 답한다. 
‘아니, 가디언 비자야’ 
그러면 키위들은 갸우뚱한다.
 ‘가디언? 그런것도 있어?’ 

그래, 우리의 신분은 이렇다. 강해져야 해!

어깨에 총대만 메지 않았지 유학맘들을 커리커쳐하라하면 아마도 얼굴만 여자로 바꾼 80년대 람보다

덜커덩
개러지 문이 올라가면 발끝부터 문이 올라가면서 무슨 연극무대처럼 그녀의 자태가 보일게다. 당장 산이라도 오를 듯 각개로 단단히 묶은 워커부터 보인다. 그리고 종아리 근육, 그렇지 한국 아줌마들의 에너지의 원천은 역시 단단한 육질을 자랑하는 하체. 드르르 상체가 보이면서 양 손에는 20kg짜리 한가위 쌀, 다리에는 4살 망나니가 붙어있고 그 뒤에는 나머지 장 바구니를 양손에 들고 있는 10살짜리 아들이 서 있다. 전쟁터다. 한 순간도 한눈을 팔다가는 내 아이들이 위험하다. 
다 뎀벼 !

전구 갈기, 가구 조립하기, 이사하기, 잔디 깎기, 자동차 정비소 다니기, 쥐 잡기, 텐트치기, 트렘폴린 조립하기, 은행, 통신사, 부동산 업무보기, 애들이랑 몸싸움놀이하기, 주말 여행 다니기……. 

지금까지는 남편의 몫이었겠지만 이제는 다 내 몫이다. 아이들 학교간 사이에 마사지도 받으러 다니고 친구들 만나 브런치도 즐기며 사치를 누렸던 여인네들는 이곳에 없다. 구멍 난 바지를 꿰메고, 중고샵을 다니며 쓸만한 살림을 사고, 누구네 형이 입다 물려주는 옷을 받아 입고, 작아진 옷을 서로 물려준다. 유행 지난 옷이라고 장롱에 넣어두는 게 어딨나, 5불에 멀쩡한 가디건을 누구네 가라지 세일에서 샀다며 자랑한다. 
정육면체에 가까운 구형 브라운관 TV를 2년째 거실에 놓고 보는 엄마가, 지금 한국에 이런걸 가져다 놓으면 돈 내놓고 가져가달라 해야 할 판이겠지만, 화질 좋고 음질 좋고, 아직 5년은 끄떡없단다. 

누가 그러더라, 뉴질랜드서 유학하다가 2년 후에 인천공항에 떡 하니 내렸더니 그 꼬질꼬질 함에 기겁하신 시어머니가 ‘ 아이고 춥겠다’ 하시면서 포대기로 폭 싸서 데려 오더란다. 

촌스러워지면 어떤가. 
아이들 영어실력 하루가 다르게 늘고, 들판으로 바다로 언제든 뛰어나가 놀 수 있는 학교에서 다만 1년이라도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게지. 참, 얼마 전에는 아침에 갑자기 타이어가 펑크 나서 옆집 마오리 아줌마랑 같이 스페어 타이어도 갈아 끼웠다. 이번에 잘 배워두라며 아예 차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차체 밑에 받침대를 끼워 올리는 법까지 전수받았다. 

난 진정한 여장부가 되어 가나보다. 
마음은 already, 이제는 떡대도 생길 판이다.  

 <토니맘>  



*이민성에 가디언비자 조건 전환 승인을 받으면 3개월 이상 학업이나 아르바이트도 가능하다. 
사진은 먼바다로 낚시배를 타고 가서 킹피시를 잡던 승준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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